평범하지 않은 성장배경에 독특한 성격과 취미를 지닌 최라라 vs. 그녀를 끔찍스러워하는 상사 엔젤 S. 블레이크.
[본문 중에서]
라라는 분노를 못 이겨 눈썹을 꿈틀대며 오후임에도 오전에 갓 출근한 사람처럼 멀끔해 보이는 남자를 째려보았다. 그의 소매 끝의 커프스단추가 유난히 번쩍거리며 그녀의 신경을 더욱 긁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음산한 눈빛 따위엔 관심 없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가 내미는 종이를 들고 휘적휘적 자기 사무실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정말 보고만 있어도 화가 나는 인물이었다. 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처음으로 그를 봤을 때(그런 때가 있었나 싶지만) 솔직히 가슴이 부풀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조각 같이 잘 깎인 턱 선에 날카로운 눈빛, 잘 빠진 코와 적당히 나온 광대뼈, 그리고 웃을 때…… 잠깐 그 인간 웃는 걸 본 적이 있나? 아, 있구나. 비웃는 거. 아무튼 간에 비웃을 때 나른하게 위로 치켜져 올라가는 얇은 입술. 거기다 그는 유난히 얼굴에 살이 적고 껍질이 얇아 인상이 상당히 샤프한 편이었다.
‘속살이라곤 소매 걷을 때 본 팔뚝 밖에 없지만 말랐다는 생각 못했는데 얼굴에 유난히 살이 없단 말이야. 경락마사지라도 받고 다니나…….’
그리하여 그런 꽃미남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에 강제로 여기까지 끌고 와준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허나 그러한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15분쯤?
지금 있는 곳이 공공장소이든 말든 더 이상은 그녀를 참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누군가가 이토록 얄미웠던 적은 없었다. 정말이지 저 두 어깨를 꽉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버리고만 싶었다. 극성맞은 자신의 세 여동생으로 인해 고달픈 삶을 살아오면서 쉽게 이성을 잃지 않는 남자로 성장했다고 믿었는데 그 믿음을 이 작은 동양 여자가 다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눈을 부라리며 막 라라에게 다가서던 찰나에 천만다행히도 준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엔젤, 지금 회사로 들어가나요?”
“아, 그래야 하겠군.”
엔젤은 헛기침을 하며 넥타이를 바로 잡았다. 살았다, 이런 곳에서 이성을 잃지 않아서.
“라라는 이제 퇴근해도 되는 거죠?”
준이 묻고 있었다. 시간은 아직 오후 5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안 된다고 하며 그녀를 회사로 끌고 데려가도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설령 퇴근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그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라라 최를 취(?)할 수 있는 자가 바로 자신 아니던가.
내안의블랙홀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이며,
<천사와의 전쟁>이 첫 이북 출간작.
그 외에 단편 <열대야 그리고…>를 연재했고,
현재는 <천사와의 전쟁>의 새뮤얼 라이트너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 중.
이메일 : ddeng7ddeng7(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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