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조엘?]
[뭡니까?]
[처음 만났을 때, 저보고 Howdy라고 했잖아요? 그건 무슨 뜻인가요?]
[아아, 그거 말입니까? 남부 쪽에서 주로 쓰는 격의 없는 인사 같은 겁니다. 아침에 쓰면 굿 모닝이 되고, 저녁에 쓰면 굿 이브닝이 되지요. 처음 만날 때는 또 그 나름대로의 인사가 되구요. How do you do 의 짧은 줄임말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안녕하세요, 정도가 되겠군요.]
[근데 조엘은 무슨 일을 하나요?]
[음……. 제가 일하는 미국 회사로부터 한국 항공회사에서 로봇 팔을 사들였습니다. 문제는 그 로봇 팔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한국 내에 없다는 거지요. 해서 제가 왔습니다. 한국 기술자들에게 그 로봇을 다룰 수 있도록 가르쳐주기 위해서 말이죠.]
조엘은 빙긋 웃었고, 나는 엉뚱하게도 로봇 팔이란 말에 마징가 제트의 무쇠 주먹을 떠올리고 있었다.
흐음…… 그러니까, 머리가 좋으시다?
나는 조엘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키 크고, 인물 죽이고, 거기다 머리까지 좋단다. 킹카 중에서도 스페셜 킹카임이 분명했다. 집 안이야 잘 모르겠지만, 말하는 걸로 봐선 그 자신이 능력도 되고 돈도 제법 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남자가 여자 없이 있다? 물론 있었다가 현재는 없다는 뉘앙스가 많이 풍기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
나는 눈을 데구루루 굴린 후 미심쩍은 눈으로 조엘을 바라보았다.
[혹시…… 게이 인가요?]
[내가 게이처럼 보입니까?]
게이처럼 보이는 게 대체 어떤 거란 말인가? 이마빡에다가 문신으로 나, 게이요, 하고 새겨 놓은 것도 아니고, 무슨 영화에서처럼 시커먼 털 숭숭 난 다리로 원피스 입고 짙은 화장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뭔 수로 내가 그걸 안단 말인가?
문득 내 얼굴을 가만히 보던 조엘이 몸을 일으켜서 내게로 다가왔다. 멀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나는 다음 순간,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조엘이 갑자기 내 볼을 잡고는 키스를 했기 때문이었다. 반항이고 뭐고 할 틈이 없었다. 순식간에 내 입술을 점령한 그는, 능숙한 솜씨로 내 입술을 살짝 자신의 혀로 핥아주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 버렸다.
[게이 절대, 절대 아닙니다. 알았어요?]
주변에는 아랑곳없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조엘의 말에, 나는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저 조엘이 이런 카리스마를 연출하다니…….
인정하기 싫었지만, 저 노무 자식은 나보다 더 선수임에 틀림없었다.
환희천
환희천. (본명 : 정선영)
연합홈피 시나브로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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