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새로운 출발, 뒤늦은 처음.
긴장 너머 살짝 들뜨는 이 감정을 ‘설렘’이라 부른다면,
일상을 더 즐겁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풋사랑을 접고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는 희주.
길지 않은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그녀 앞에 펼쳐진 또 다른 길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희주 앞에 나타난 또 한 명의 ‘진우’.
“선배, 진짜 저 좋아하는 거 맞죠”
“이제야 알아주니 참 빠르네, 은희주.”
이제, 새로운 사랑을 만나러 갑니다.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
당신의 자리
▣ 출간 예정작
취향의 문제
기억하나요?
그곳에 네가
3. 차례
#10장.
#11장.
#12장.
#13장.
#마지막 이야기
#진우의 이야기 1
#그날의 첫 번째 이야기 - 서진우
#그날의 두 번째 이야기 - 은희주
#그날의 세 번째 이야기 - 김진우
#진우의 이야기 2
#외전 1. 신혼의 어느 날
#외전 2- 신혼은 지난 이야기
#작가 후기
4. 미리 보기
그에 대한 복잡한 생각은 다음날 카페에서도 이어져 아침부터 컵을 두 개나 깨고 나서야 미혜 언니에게 떠밀려 주방에서 벗어났다. 언니가 봐도 시무룩한 표정이 감춰지지가 않는지 곧이어 코코아 한 잔을 들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너 서진우랑 싸웠지?”
“어, 어? 어떻게 알았어?”
“네 표정에 나 싸웠어요 하고 씌어 있잖아.”
사는 사고 공은 공인데 아무리 아빠 가게라지만 내가 참 프로답지 못하구나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언니의 말을 듣자마자 이제는 더 감출 것도 없이 대놓고 시무룩해졌다는 거다.
“아니, 왜 그러는데?”
“별건 아니야…… 그냥 좀.”
“싸워서 오늘도 안 만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나도 학원도 가고 카페 나오고 선배도 일 있으니까…….”
사실 아침에 미혜 언니를 보자마자 고민 상담을 좀 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나도 이제 성인이고, 아무리 첫 연애라지만 남의 조언보다는 내가 먼저 깨닫고 판단하는 게 옳다.
“으이구, 어쨌든 사장님 오시기 전에 감정 좀 잘 정리해. 표정이나 좀 펴던가.”
“아…… 아빠는 언제 온대? 아침에는 빨리 나갔는데.”
“뭐, 오전에 거래처 좀 들렀다가 데이트도 좀 하시겠지. 좀 있으면 나오실 거야.”
“…….”
“그런데 나는 궁금한 게, 희주 너는 안 서운해?”
“응, 뭐가?”
“사장님, 아니, 너희 아빠 데이트 하고 그런 거.”
더 어렸을 때나 사춘기 때는 서운한 정도가 아니었다.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아빠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 더군다나 나는 온갖 생각들이 늘 따라다니는 성격이라 아빠가 재혼하면 나는 어쩌나, 어디로 가야 하나, 새엄마가 날 구박하면 어쩌지, 온갖 생각을 다 했었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뭐.”
“희주 남친 생기더니 많이 컸네.”
언니가 대견하다는 듯이 웃으며 손등을 다독였다. 성인이 되고, 또 아프고 나서, 그렇게 한 단계씩 지날 때마다 아빠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해 너그러워졌고 한 번씩은 그런 것을 먼저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서진우를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마음은 더욱더 진심이 되었다. 확실히 이전에는 그런 체만 했던 게 아니었던가 싶게.
누군가를 만나 포근해지고, 보호받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과 또 그것이 주는 안온함을 아빠도 느꼈으면 했다. 나는 언젠가 아빠를 떠나게 될 텐데 덩그러니 혼자 남은 아빠 생각은 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서진우가 내게 그러하듯, 아빠 역시 자식이 어찌해줄 수 없는 부족함과 허전함을 채우고 살면 좋을 텐데.
‘선배 보고 싶다.’
어제부터 무슨 생각을 해도 결국은 그의 생각으로 돌아왔다. 지금 역시 아빠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또 선배를 떠올리고 말았으니 홀로 남은 아빠는 이제 정말 좋은 분을 만나야 한다.
“희주, 너, 성격 보면 서진우한테 딱히 애교도 안 부리지?”
“애교?”
무슨 남의 나라 말이냐는 듯 언니를 쳐다보자 알 만하다는 표정으로 콧등을 잠시 찡그렸다.
“뭣 때문에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서진우가 먼저 잘못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너도 애교도 좀 부리고 해봐. 서진우는 사장님한테 자주 안부 전화도 하는데 너도 좀 사근사근 굴어야지.”
“싸운 거 아니라니까.”
“아, 그래! 싸운 거 아니라 쳐도. 너 봐. 매번 선배, 선배. 무슨 사귀는 사이에 호칭이 그렇게 담백해? 자고로 오빠 소리에 안 녹는 남자 없다고.”
“오빠는 무슨.”
“얘가 또 날 안 믿네. 너 또 봐라. 용아!”
놀고 있는 미혜 언니를 몹시 못마땅하게 노려보며 알바생을 닦달하던 용이 오빠가 고개를 돌렸다.
“누나 또 왜요? 제발 일 좀 해요.”
“용이 오빠! 나한테 그러지 마. 응?”
“누나 왜 그래요?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죠?”
용이 오빠가 진저리를 치듯 언니의 애교를 물리쳤다.
“야, 봤지? 용이 은근히 좋아하는 거?”
저게 어디를 봐서 좋아하는 거냐고 물으려다가 언니 표정이 너무 진지해 고개를 돌렸다.
“용이 저거 평소 같으면 바로 나 잡으러 와서 난리칠 텐데 지금은 자기가 다 하고 있잖아. 속으로는 좋은 거라고, 저게.”
내가 보기에는 분명 상대하기 싫어서 혼자 하는 것 같았지만 미혜 언니가 그렇게 믿으니 그냥 놔둬야지 싶었다.
“하여간 나도 이제 일해야지, 예비 사장님한테 밉보이지 않으려면. 어쨌든 내가 한 말 잊지 말고!”
“알았어. 나도 이제 집에 가야겠다.”
“에구, 너도 이제 다 컸네. 연애하느라 고심에 차 있고 말이야. 근데 그러고 보니까 너 서진우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가 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너무너무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 하고 대답하려다 걸려들지 않으려고 말을 돌렸다.
“너 예전에 그랬잖아. 너무 좋아해서 네가 먼저 고백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사람 만나고 싶다고. 하기야 서진우가 먼저 했으니 이제 고백 같은 건 상관없는 건가?”
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 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나는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한참을 더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언니! 주말에 보통 아빠 몇 시에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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