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는 이남은 페이와 함께 받은 책 한권으로 하여금 자신의 우상이 바뀌고 만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꼭 번역하고 싶은, 아니 번역해야 하는 작가로 자리 잡는다. 그의 이름은 바로 타카기 히로세! 그의 원고를 받아내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벅찬 일이기에, 그녀는 급기야 바다를 건너갈 결심까지 하게 된다.
순탄치 않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그 생각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리는 파란만장한 일들이 이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남은 과연 온 몸에 신비주의를 칭칭 감고도 남는 히로세의 원고를 무사히 받아낼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너 이 새끼, 아주 꾼이더라?”
히로세는 악마가 따로 없는 흑색 키나가시(기노모·유카타 등을 통칭)를 입고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항상 어중간하게 앞머리를 내리다가 오늘은 죄다 올려서 그런지 인상이 더 날카로워 보였다. 짙은 눈썹 아래 패인 쌍꺼풀 진 눈이 마치 불꽃이 일렁이듯 강렬했다.
하나는 빨간 손자국이 그대로 새겨진 팔목을 붙잡았다. 눈에 띄게 떨리는 것을 히로세가 보지 못하도록 감췄다. 토로해야 할 사실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겁이 났다. 대체 저 악랄한 사람에게 뭐가 걸린 걸까, 불법? 남장? ……곱씹는 것으로도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먼저 입을 열어서 득이 될게 하나도 없었다. 모르쇠를 놓았다.
“……왜요?”
“뭐?”
“제가 왜……. 손님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하죠?”
궁색하기 짝이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음울해진 눈으로 히로세를 올려보았다. 그의 어깨 너머로 벚나무 꽃잎들이 흐드러지고 있다. 그 결을 따라 히로세의 넓은 옷깃도 기울어졌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베여있는 향나무 향이 진하게 퍼져 탐닉하듯 하나의 주변을 맴돌았다. 숨이 불규칙적으로 쉬어진다.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 할 거지?”
“…….”
“그 잘난 입으로 또 모른 척해보지 그래.”
히로세는 소매 안에 감춰둔 종이를 꺼냈다. 아까부터 소매 속에서 손을 꺼내지 않더니 이걸 쥐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나는 쿵쾅거림이 증폭하기 시작하는 가슴으로 종이를 받아들였다. 각이 잡혀 두 번 접힌 것을 펼쳐서 눈동자를 떨어뜨렸다. 종이 속에는 사진 세 장이 연달아 프린트 되어 있었다. 익숙한 주변 풍경과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저택. 그리고 그 앞대문에서 초인종과 홀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어제 널 보고나서 생각난 게 있었어. 얼마 전에 한국에서 날 보려고 찾아온 얼간이가 하나 있었거든. 스토킹도 당했고 말이야. 이건 우리 집 대문 CCTV에 찍혀 있는 거야. 원한다면 동영상으로도 확인 할 수 있는데 어때, 따라 오겠어?”
“…….”
“아님 여기서 네 놈의 의도를 밝힐래?”
아밀(네스티요나)
필명 : 아밀 (김사랑)
완결작 : In Hollywood, 꽃의 맛, 야릇한 연인.
만날 특이한 소재를 찾아 헤매는 열혈 드라마 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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