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권	정가	3,000원
판매가	3,000원
적립금	60원

스물여덟. 연애고, 남자고 이젠 질렸어.
스물다섯. 오기가 생겼어. 나 당신 갖고 싶어졌어.

안면 근육 경련 환자처럼 밤낮으로 능글맞게 웃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의 소개팅 상대로 나타난 그는 회사 말단직원 주제에 돈은 어디서 낳는지 비싼 외제차에 동그라미 다섯 개도 더 붙는 양복을 빼입고 다니고, 착각도 자유라고 자뻑 황제 저리가라 할 가공할 정신세계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불감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건조한 그녀의 몸이 이상하게 저 남자한테 만큼은 반응한다.

“왜 그렇게 봐? 먹고 싶어?”
그녀의 무덤덤한 물음에 우현은 여전히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응, 맛있어?”
“그럼 누가 한 건데, 당연히 맛있지. 먹고 싶으면 와서 먹어 보던가.”
가혜가 그렇게 말하자 우현이 곧 몸을 일으켜 그녀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나물을 버무리던 가혜는 곧 화들짝 놀라야했다.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덥석 잡아드는 우현의 행동 때문이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먹어 보라며”
“뭐?”
그렇게 말하며 양념이 묻은 가혜의 손가락을 슬쩍 입으로 넣는 우현의 행동에 놀랄 틈도 없이 손가락에 느껴지는 그의 혀 탓에 몸이 보일라 온도 올라가 듯 슬슬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입안에 넣고 슬슬 굴리다 이내 거세게 당기는 우현의 행동에 가혜는 결국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잔뜩 움츠리고 말았다. 그때 손가락을 빨아대던 우현의 입술이 슬슬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으로 움직여 오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혀로 움직여 자극시켜 오는 그의 행동에 가혜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보고 배운 거야!
손으로 느껴지는 자극만으로 호흡이 가파져 오는 그때, 구세주처럼, 아니, 어쩌면 방해꾼일지도 모를 우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저, 전화 왔잖아.”
그제야 우현이 입술을 떼고 가혜의 눈을 마주쳐 왔다. 가혜와 마주친 우현의 얼굴에는 곤란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이런, 큰일 날 뻔했네.”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우현의 모습에 가혜는 멍해지고 말았다.
이 별장에 그와 계속 있다가는 자신의 피가 다 말라 미라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