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결혼하자. 내가 잘해줄게. 난 바람 같은 것 피우지도 않을 거야. 우리 집안에 그런 막돼먹은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어. 나를 못 믿겠으면 내 몸속에 흐르는 피의 혈통을 믿어.]
[이수 씨?]
[나, 사랑하지 않아? 당신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혜림의 흔들리는 눈빛에 도박하듯 이수는 단정 지어 물었다. ‘쿵’ 심장이 큰소리를 내며 멈추었다가 다시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서있는 혜림을 보는 이수의 심장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한 밤중의 실내는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적막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혜림은 덜덜 떨리는 손을 서로 마주 잡고 비틀며 스스로를 고문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에 솟구치는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 난…… 자신 없어. 또다시 그 악몽 같았던 결혼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어.]
[혜림아!]
이수는 혜림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가만히 그녀를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그에게 안겨 떨리는 몸으로 소리 없이 흐느끼자 그녀의 등을 가만 가만 토닥이며 이수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계속 울고 또 울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찌꺼기를 털어버리듯 마음껏 소리 내어…….
[울어! 소리 내어 울어버려.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울고 참았던 울분을 모두 토해 내버려. 3년 동안 묶어 놓아놓았던 너의 굴레를 모두 풀어버려. 마음껏 울고 이수를 떠나보내자. 그리고 우리 같이 살자. 결혼은 나중에……. 그래 네 마음이 내키면 그때 하고 우선 같이 살자.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결혼할 필요는 없어. 우선 시험 삼아 살아보고 내가 얼마나 멋진 동거인인지 훌륭한 남편감이 될 자질이 있는지 일단 한번 살아보면 되는 거야. 나 믿지?]
[응, 으응. 이수 씨 당신을 믿어. 하지만……?]
[나도 혜림이 믿어. 당신은 강해. 충분히 강해. 과거의 불행을 혼자서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난 그 시간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도록 약간 도와줄 뿐이야. 무엇이든 사람은 시작하기 전에 준비과정이 필요해. 응? 그렇게 하자. 같이 살자. 나하고…… 나를 믿고 당신을 믿어봐.]
연진
본명: 박연진
올해 사십줄에 들어선 딸만 둘인 아줌마.
어쩌다가 글을 쓰게 되었는데...
엉망인 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들 덕분에
얼떨결에 이북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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