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키스의 차이''''뜨끈하고 진득한 손이 기분 나쁘게 목뒤를 따라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척추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그 느낌에 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로 불쾌해진 그녀는 결국 참다못해 밀어붙이기만 하는 무식한 남자의 어깨를 기운차게 밀어내고 말았다. 남자는 당황한 듯 표정을 굳히다가는 이내 자존심 상한 얼굴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남자의 표정에 콧방귀를 끼며 되려 마주 노려보았다.'“왜 그러는데?” '남자의 질문에 여자의 고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살짝 웨이브 진 긴 머리칼 사이로 그녀의 새초롬하게 올라간 눈이 인상을 쓴 탓에 더욱 매서워졌다. 도톰한 장밋빛 입술위로는 그녀의 하얀 치아가 꾹 짓눌러져 있는 채였다. '누구나 그녀의 화려한 외모에 한 번 씩 관심을 갖고는 한다. 결코 순해 보이지 않는 살짝 올라간 눈과 도톰한 입술, 그리고 동양인답지 않은 오뚝한 코는 그녀를 한층 독보이게 했다. 여느 부잣집 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당당하고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남자들은 그녀의 외모만으로 환상을 갖고 접근한다. 물론 그런 남자들을 그녀가 딱히 거부한 적도 없었다. 그저, 자신도 즐기면 그만 일뿐. 그런데 왜 이리도 이남자의 손이 소름끼치도록 싫은 것일까. 저 두툼하고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솜털 하나라도 건드렸다는 생각에 그녀는 또다시 소름이 온몸으로 우수수 퍼지는 것을 느껴야했다.'“가혜야?” '“……헤어지자 우리. 이제 정수 씨한테는 아무 느낌도 안 들어. 미안해.” '거짓말이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있어서 느낌 따위란 없었다. 설렘도 기대감도 서운함도 없었다. 그저 그녀는 집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만나듯 필요할 때 당연한 듯 그를 만나왔다. 비단 이 남자뿐만이 아닌 전에 만나온 모든 남자들이 그러했다. 그저 필요할 때 만나는 그런 존재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서서히 그런 관계도 지겨워져 가는 것을 느껴야했다. 이 신물 나는 연애라는 것에.''“사랑과 키스는 별개일까?” '“응.”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경미의 질문에 가혜는 마침표 찍을 틈도 안주고 바로 답변을 건넸다.'“이 메마른 년. 꼭 그렇게 건조하게 대답해 줘야 쓰겠어?” '“당연한 걸 물으니까 그러지.” '“야 네가 얼마나 살았다고 그런 다 늙은 소릴 하냐? 우린 아직 한창 사랑에 몸 바칠 불타는 청춘들이라고! “'가혜는 주먹을 불끈 쥐는 경미를 바라보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세상에 경미가 생각하는 그럼 꿈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존재하기는 할까 의문스러웠다. 연애는 곧 엔조이다. 사랑타령을 해대며 질질 끄는 건 보기흉한 집착일 뿐이다. 이 결론이야말로 27년 동안 살면서 얻어낸 가혜의 진리였다. 이 한심한 친구는 아직도 고등학교 적 로맨스나 꿈꾸고 앉았으니. 남자라는 동물에 넌덜머리가 난 그녀가 보기에는 답답하기 그지없을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