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9년 7월 19일 전자책으로 출간 된 [내 사랑]의 종이책 출간버전입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어.”
그가 사랑이라고 말했다. 차마 꺼낼 수 없던 그 말, 사랑…….
사랑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 사랑이 아플까봐, 상처 받게 될 까봐 겁이 났다.
세상 사람들이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소중한 내 마음 지켜내서 그에게 온전히 주고 싶었다.
“두 번 다시 내 사랑을 잃지 않아. 어떻게 온 사랑인데……, 나 절대 못 놔.”
절대적인 주문과도 같은 그 말…….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건희의 말에, 효원의 작은 가슴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
상처만 남은 가슴이라서, 온전치 못한 마음이라서 미안했다.
“울지 마. 내가 더 많이 사랑할 테니까, 내가 당신 몫까지 다 아플 테니까 당신은 웃기만 해. 아프고 힘든 거 나 주고, 당신은 행복하기만 해.”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지켜준 사람.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어느새 서로는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운명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만남, 그리고 우연, 기적처럼 시작된 사랑 모두 그 사람이었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기에 가능했던 모든 것이었다.
다시 웃게 만들고, 어둠속에 갇혀 지냈던 시간들에 따스한 햇살을 내리쬐어준 소중한 사람.
단 한번 뿐인, 단 하나 뿐인 ……내 사랑.
-본문 발췌글-
“갈게요. 쉬어요. 나오지 말고.”
효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끈한 입매를 한껏 끌어 올리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대로 박혀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을 빠져나가는 내내 눈도 깜박이지 못했다. 집안 곳곳에 떠도는 그의 향기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갈까 봐 조마조마했다.
조금 더 머물러 주길 바라면 욕심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를 차마 잡지 못한 효원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머물렀다. 이미 그는 나가고 없는데 말이다.
그 때.
“내 정신 좀 봐. 두고 간 게 있어서요.”
찰칵하고 걸쇠가 걸리기 바로 직전에 그가 다시 문을 열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어찌할 틈도 없이 효원의 허리를 끌어안아 당겼다. 밀착된 가슴으로 서로의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까이 마주한 눈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려는데 그가 한 손으로 조심스레 턱을 감싸 쥐었다.
“운전해 주고 차비도 못 받고 가면 억울하지.”
다가오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감기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효원도 눈을 감았다. 이내 맞닿은 두 개의 입술이 자연스레 포개지며 서로에게 달큰한 숨을 불어 넣었다.
“휴우. 하마터면 차비로 차 한 대 값 받을 뻔했네. 나 진짜로 가요.”
입맞춤이 조금 깊어질 무렵, 그가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하마터면 그를 잡을 뻔했다. 달콤한 키스의 여운에 사로잡힌 효원은 한참동안 그렇게 서서 그가 열고 나간 문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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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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