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기
아직도 심장이 거칠게 뛴다.
평생을 부족함 없이 살아온 인생에서
오늘 처음 남의 것을 훔쳤다.
그것도 빨간 하이힐을!
난 변태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2차로 나이트에 간다는 그녀를 잡을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다. 신발이 없으면 못 가겠지.
내 오판이었을까?
그녀는 내 285mm 운동화를 신고 그날 나이트에 갔다.
그녀의 일기
누군지 잡히기만 해 봐라.
내가 아주 발가락 하나 하나에
열 켤레의 신발을 신겨주겠어!
삼선슬리퍼라도 신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도과장이
자신이 운동할 때 신었던 조깅화 라면서 신발을 건네주었다.
젠장, 뭔 신발이 이렇게나 커?
내 표정에 불만이 드러났던지 그가 인상을 한 번 썼다.
알았다고, 신으면 될 거 아니야!
그나저나 내 구두 훔쳐간 인간 벼락이나 맞아라!
[미리보기]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공기 마시는 것만으로도 싫어 죽겠는 사람과 장장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붙어 지낼 것을 생각하니 민정은 벌써부터 피가 말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도 과장 출장의 불행한 동행자라는 소문이 돌자 여기저기서 위로의 손길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위로라기보다는 자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염장을 지르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민정이 자신의 올해 신년운세와 사주팔자 그리고 오늘의 운세까지 모두 탓하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주혁은 팀원들 몰래 씩 한번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권력남용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번 출장 건에 대한 결재서류를 미리 작성하고 있었다. 사실 이번 출장은 굳이 민정이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혁은 잔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이처럼 절호의 기회도 없다는 생각에 양심 대신 달아오른 심장으로 그녀를 선택했다.
으흠, 신혼여행 예행연습 쯤 되려나?
주혁이 혼자만의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아침에 그녀가 그에게 선물해준 립글로스가 묻어있는 넥타이를 바라보았다. 차마 그 립글로스가 묻어있는 입술자국에 자신의 입술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왠지 변태 같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혁은 그 입술자국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살짝 어루만졌다.
그녀의 입술도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울까?
처음에는 망설이던 손가락이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다 보니 이제는 입술자국에서 손가락을 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스페인의 연인 한번 찍어 보지 뭐.
주혁은 벌써부터 입으로 연습 중이었다.
애기야, 가자!
율겸이
명랑 쾌활하지만 낯을 가리며
다이어트에 심취해 있지만
살이 빠지지 않음에 절망하고 있다.
▶출간작
〈선인장, 고슴도치를 만나다〉
〈그녀, 그를 뒤덮다〉
〈그대로 멈춰라〉
그 외 다수의 이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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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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