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직딩인 민정의 아침은 늘 편의점표였다. 오늘은 늘 먹던 김밥에서 샌드위치로 메뉴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었다. 날씨도 추운데다가 사람도 많은 관계로 길거리에서 한 입 베어 물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사실은 지각을 한 터라서 어쩔 수 없이 가방에 집어넣은 후에 회사로 전력질주를 했다. 재수 없는 인간은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지고 수술한 코가 삐뚤어지는 법이었다.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민정은 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죄송하다는 말을 온 얼굴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아, 아침부터 또 한 소리 듣겠네.'어제 밀렸던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 본다고 늦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된 감각에 정작 인기 있을 때는 보지 않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야 홀릭을 하는 이상한 센스 덕분에 민정은 지금 커피프린스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때 주인공을 했던 공유가 그 드라마를 끝내고 군 입대를 한 후 벌써 제대를 했다는 사실을 비추어 볼 때 민정의 감각은 올림픽이 개최될 즈음에나 반짝 빛을 내는 이상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자신의 탓이니 누굴 탓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민정은 일단 최대한 죄송함을 담아 애처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시끄럽게 자신에게 떠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민정은 예상 외로 그가 한 번 눈빛으로 경고를 하고 만 것에 온갖 신들에게 감사드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를 피해 다니겠노라고.'사무실에 도착한 후 민정은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에게 눈빛 경고를 먹기는 했지만 아침부터 팀원들 앞에서 혼나지 않았다는 게 기적 같았다. 그게 어디냐. 일단 목숨은 살았으니 배를 살찌워야 할 시간이었다. 민정은 팀원들이 저 인간이 오늘은 웬일이래?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도 어깨를 올리며 나도 모른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런 다음 민정은 샌드위치를 들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기 위해 탕비실로 향했다.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컵에 따라서 스푼으로 저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퍼져나가는 따뜻한 향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가지고 온 샌드위치의 껍질을 벗긴 민정이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였다. 머그컵을 한 손에 들고 도 과장이 탕비실로 들어왔다. 민정은 입에 샌드위치를 문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쩌면 좋지?'도망 다녀도 부족할 판에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와 마주치는 시간이 오자 민정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채 가만히 서 있는 도 과장 때문에 민정은 재빨리 한 입을 베어 입에 물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설마 웃는 낮에 침 뱉으랴. 근데 넌 정말 뱉을 거 같아.'“드, 드실래요?”'“그럼 고맙죠.”'내 피 같은 한 쪽! 나는 그냥 빈말이었다고!'지나가는 인사치레 또는 농담이었지만 그에게는 정말 진심을 담은 말로 들렸는지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다른 한 쪽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져가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경고를 날렸다.'“다음번에도 지각하면 알고 있겠죠?”'예, 예. 알고 있다마다요. 경고누적으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마다요.'민정은 다시 그에게 어색하게 웃어 준 후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 다음에 민정은 그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민정은 아침에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있었다. 바로 오늘의 운세를 살핀 다음 자신보다 먼저 출근 했을 도 과장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었다. 직책이 도 과장의 바로 아래인 대리이다 보니 제일 먼저 폭탄이 투여되는 게 바로 그녀 민정이었다. 그랬기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하루, 하루를 아슬아슬하게 견뎌오고 있었다.'그녀가 그의 심리기상도를 작성한다는 사실은 이 사무실 내에서 주혁 만이 모르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사람들은 그녀의 예측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무실 식구들은 그녀의 예측이 얼마나 잘 맞을까 기대하는 게 아니라 오늘은 또 얼마나 안 맞을까 하는 호기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밑에서 일 한지 벌써 몇 년인데 그녀는 아직도 그의 심리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에 기본 세 번은 깨지는 게 기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정은 꿋꿋했다. 언젠가 한 번은 맞겠지 하는 마음에 오늘도 민정은 도 과장 심리일기도를 작성 중에 있었다. '오늘은 오른쪽 눈썹이 2mm정도 올라간 걸 보니 조만간 폭탄 하나 투여되겠네.'민정은 나름 그의 얼굴을 보며 심기를 파악한 후 일을 시작하려 자리에 앉았다. 그 때 그녀의 하루예측시스템의 애청자인 고 대리가 대화를 신청했다.'[오늘은 어떤 거 같아?]'-조금 이상함. 오른쪽 눈썹이 2mm정도 올라간 걸 보니 아무래도…….-'[아무래도?]'-조만간 폭탄 하나 투여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하긴, 오늘 아침에 이렇게 조용한 걸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자기 말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이라면, 그렇다면! 오늘은 조심해야겠어.]'-꼭 그렇게 정말이라는 말을 네 번이나 쓰셔야 직성이 풀리셔야겠어요?-'[언제 자기 말이 맞는 거 있었어? 알면서~ 오늘도 열일 하자고!]'늘 그녀와 팀원들에게 자기라는 말을 쓰는 살짝 느끼한 매력의 소유자 고 대리는 오늘 아침에도 그녀를 놀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대화창을 끄고 나서 민정은 한숨을 한 번 푹 쉬었다. 그러고 나서 오늘도 하루를 살아남는 법을 머릿속에 정리했다.''가늘고 길게 살자!''1. 도 과장의 비위를 잘 맞춘다.'2. 도 과장에게 찍히지 않는다.'3. 때로는 아부 섞인 애교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