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푼
①사전적 의미: 태풍.
②임의적 의미: 조직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
이 글에선 사전적 의미와 임의적 의미를 같이 사용합니다. 사장님, 회장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좀 더 무게감을 위해 임의적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로 타이푼을 씁니다.
[본문 중에서]
어둠으로 산과 하늘의 경계선은 사라지고 다만 수억 개의 별이 뜬 곳만이 하늘이었다. 처음 서울에서 내려와 지내면서 놀란 건 코끝을 얼리는 추위뿐 아니라 밤마다 빛나는 수억 개의 별이었다. 곧 쏟아질 것처럼 떠 있는 별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빠르게 하늘을 가르고 떨어진다.
“아! 별똥별이다. 빨리 소원 빌어요.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어릴 적 엄마의 말에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라치면 채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별똥별은 떨어져 소원은 끝까지 말해 보지도 못했었다. 별무리 속에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꼬리를 만든다. 태호는 입술을 움직였다. 간절한 바람을 담아 별똥별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원하는 건 단 하나.”
바람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적막 속에 태호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겨우 입술만이 말하는 소리가.
“백채희.”
아주 작은 소리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채희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하늘에 별똥별은 사라지고 수억 개의 별이 빛난다. 잠시 후 하늘에서 또 하나의 별똥별이 떨어진다. 산을 휘감고 내려온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이름.
“백채희.”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너무 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채희는 숨을 멈추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태호의 입술이 주문처럼 움직인다.
“채희…….”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에 귀가 찢어질 듯 아프다. 채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멈춘 숨이 가빠온다. 태호의 입술만이 달싹인다. 바람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텐데 선명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채희.”
시리도록 아픈 그 음성이 별똥별이 사라지고 나서도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백채희.”
k씨
-K씨.
텔레비젼 화면에 검은 태로 눈을 가리고 변조된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는 사람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뭔가 범죄를 저지를 때의 스릴과 누군가에게 발각될까봐 조마 조마한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모든 일은 나의 방 안에서 은밀하고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나를 지켜 보고 감시하는건 뚱뚱한 물고기 한마리 뿐이다.
kong_c@ne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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