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다리를 꼬고 앉으며 엄지와 검지를 살짝 볼에 갖다 댄 채 삐딱한 포즈로 유정을 향해 차갑게 물었다.
“세입자가 계약까지 한 마당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보증금은 제가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거 알고는 있겠지요?”
그리고는 더 할 말 없다는 듯 현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사장님!”
자신을 부르는 유정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희미하게 웃음을 보이던 현무가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유정을 향해 돌아봤다.
“뭡니까?”
“정말 안돌려 주실 거예요?”
“네.”
짧고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잠시 현무를 보던 유정이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아니, 솔직히 사장님한테 삼백은 돈도 아니잖아요? 그냥 불쌍한 사람한테 적선한다 치고 돌려주시면 안 되나요?
갑자기 그 돈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지금 앞뒤 상황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저 남자의 평소 행동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인 걸 유정은 알고 있었다. 그런 유정의 모습이 의외였는지 현무의 한쪽 눈썹이 추켜 올라갔다.
“사정은 딱해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한텐 한 치의 양보나 어떤 배려도 할 수 없어요. 삼백이 아니라 단 삼 천원이라도 말입니다. 그건 제 원칙이기도 합니다.”
현무의 대답은 냉정했다. 그런 그를 유정은 멍한 얼굴로 바라볼 뿐 딱히 대꾸할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본문중에서
수요일
잘살아보자는 전국적인 새마을 운동이 일어난 해의 수요일에 탄생한 단순, 발랄에 성질 급한 물고기좌의 열혈 싱글족.
배수아의 군더더기 없고 냉소적이면서 시니컬한 문체가 좋아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의 열혈 팬임.
요즘은 CSI 시리즈에 무한 버닝 중.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지혜를 소망하며 평생 사람 냄새나고 따뜻함이 베어 나오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음.
완결작 : 미운 오리 날다, 운수 좋은날, Saw you, 유 콜 잇 러브, 패자부활전, 가을날의 동화 외.
http://cafe.daum.net/wednesdaychild
.jpg)
TTS 제공
메뉴
로망띠끄
로그인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