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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선녀님이 벌을 받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내려옵니다. 자신이 선녀였다는 걸 잊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선녀 홍은 인간 세상 나들이를 하고픈 마음에 기억을 지우지 않고 내려옵니다. 영원한 시간 속에서 바쁠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는 하늘나라와 달리 한이 있는 인간 세상의 일 년이라는 시간은 다채로운 감정의 은하수입니다. 그 불빛 강 위에서 선녀 홍의 마음도 계절 따라 변해 갑니다. 그건 하늘나라에는 없는 감정. 애틋함. 애틋한 향기가 선녀 홍의 가슴에 눈물처럼 흘러내립니다. 보석처럼 빛이 납니다. 그건 우리네 인간 세상의 소중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형도, 아름, 정희 그리고 강현이.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추억이 행복할수록 이별은 더 아플까요. 난 꽃밭을 걸으며 잠시 세상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세상은 꽃만 있지 않았어요. 벌도 있고, 돌부리도 있고, 텅 빈 들판도 있었어요. 즐거운 길과 언덕들이 이어지고 위험한 낭떠러지도 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예쁜 꽃이 가득한 풀밭이 나와요. 어디로 갈까요. 주저앉아 꽃이 될까요. 눈을 감고 바람이 될까요. 아니면 흩어져 향기가 될까요. 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요? 모든 건 운명을 따라 흘러가니…….’

운명을 향해 흘러가는 한 있는 시간 속에서 선녀 홍과 선남 연, 형도와 선유의 운명이 눈부신 빛을 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