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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행 비행기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운명처럼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살게 된 후
천천히, 하지만 깊숙이 심장까지 물들어 버린 둘의 사랑.

“후, 어쩌냐. 이젠 가려도 보인다.”
지혁의 맑은 눈동자가 율이의 눈동자에 비쳐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고 율이는 조금 전 키스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한 표정으로 지혁의 눈을 보며 무심결에 따라 웃었다.

“나도 어떡하죠. 당신이 내 눈을 가려도 당신이 보여요.”
지혁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것 같더니 율이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더니 둘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 운명인 듯싶었다. 점점 깊어지는 뉴질랜드의 가을처럼 두 사람의 감정이 점점 깊어지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지혁이나 율이는 결코 그 두려움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서로에게 얼마나 빠져 있는지도 혼자만의 비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