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복수 그리고...''''1995년 어느 여름날, '[헉!]'혜림은 주스를 마시며 아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다가 호텔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가는 다정한 커플을 보고 너무 놀라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꿀꺽 삼킬 수 있었다. 그런 혜림을 보고 놀란 아미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래?]'[아, 아냐? 내가 잘못 봤나봐.]'남은 주스를 얼음까지 씹으며 불안한 마음을 다스렸다. 분명히 남자는 자신의 남편인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에 잠긴 그녀에게 아미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괜찮아? 어디 아프지 않고? 배가 땅기는 거야?]'[괜찮아. 우리 아기도 나도.]'[휴! 다행이다. 이번에도 잘못되면 어떠하나 걱정했어. 이 계집애야. 사람 가슴 덜컹하게 하고……. 너 첫아이 잘못되고 얼마나 울었니?]'[그, 그래.]'결국 잃어버릴 그 아이를 위해 내 인생을 저당 잡혔다는 생각에 더 서러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그녀의 친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찌 보면 무심하지만 나름대로 나를 생각해주는 그녀만의 방식이다.'혜림은 누가 자신의 신상에 대해 시시콜콜 아는 척 묻는 것을 싫어하는 예민한 신경을 가진 소유자다. 그런 혜림에게 딱 맞는 친구인 아미는 말하지 않는 한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성격 또한 그녀에게는 환영이지만 다른 이들은 싫어했다. 하지만 그런 면들이 서로가 친구로 남게 하였다. '아미는 가방에서 통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친구인 혜림이 자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했다.'[여기 있어. 이번 것 확인해봐. 너 정말 대단하다고 내 동창이 칭찬하더라. 너처럼 제대로 된 투자전문가는 처음 본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너 소개시켜달라고 나를 얼마나 괴롭히는지…….]'[무슨 투자전문가? 얘는……?]'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드는 혜림에게 손을 내저으며 아미는 강조하며 말했다.'[아냐. 틀린 말도 아니구먼! 그래도 네 네임 정말 선택 잘했지? 내가 잘 골랐지? ‘연금술사’호호호.]'[낯 뜨거워, 얘…… 몰라. 누가 알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동창 녀석은 잘 지었다며 환상적이라고 하더라. 내가 그 이름 짓는다 얼마나 고생했게. 그러다 동생이 보고 있던 판타지 책을 보고 이거다 했지. 볼품없는 재료로 금을 만들어내는 사람, 연금술사! 딱 필이 오잖아?]'[그만해. 누가 듣겠어.]'[누가 들어도 알겠냐? 쿡쿡, 그런데 왜 네 남편 몰래 투자해. 그것도 나를 통해서…… 남편에게 맡겨도 되잖아. 아! 대답하기 곤란하면 하지 않아도 돼.]'회사를 선택해 과감하게 돈을 투자는 배짱과는 다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불안한 듯 몸을 웅크리자 아미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완전히 두 얼굴이야. 일을 지시할 때하고는 다르다니까.’ 혜림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아미의 눈을 쳐다보고 순순히 설명했다.'[처음에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어디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껴 중단했던 공부를 혼자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욕심이 나고, 내 능력이 얼마나 되나 궁금하기도 하고, 신문을 보고 예상만 하는 것은 감칠맛만 나고 그래서……. 그래도 내 간이 작아서 크게는 투자 못하잖아. 누구 심장마비 걸릴 일 있니? 그냥 간간히 스트레스 해소겸 하는 거야. 내 예측이 맞았을 때의 그 짜릿함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