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손에 들린 물체를 확인한 다솔은 기겁하며 그것을 냅다 집어 던졌다. 놀란 눈으로 다시 한 번 그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시커멓고 복슬복슬한 그것은 다름 아닌 가발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참았던 숨을 몰아 쉬었다. 별 것 아닌 것에 놀란 것이 스스로도 우스워 피식 웃고는 바닥에 내팽겨 쳐진 그것을 집어 들었다. 가만…. 근데 이 가발은 별안간 어디서 나타난 거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발의 출처를 떠올리려 노력하는 그녀의 눈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은 듯 서 있는 상큼이 보였다. 그녀는 부자연스러운 고개짓으로 연신 어딘가를 가리켰다. 다솔은 상큼의 고개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뜨아!”
눈 앞에 보이는 처참한 광경에 저도 모르게 경악에 찬 비명이 튀어나왔다. 난장판이 된 테이블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들부들 떨 고 계신 어르신 한 분으로 인해 손에 들린 가발의 출처가 어디였는지 밝혀진 순간었다. 서, 설마…. 이게 내가 한 짓?
[이 해솔 씨?]
웬 남자가 불쑥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예, 뭐 그런 것 같은데, 왜요?”
온 신경이 앞에 있는 남자에게 쏠린 상태라 당연히 전화 통화에 성의가 없었다.
[오늘 선 보기로 했던 주 휘운입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오고 계신 중이신가 해서요.]
“아, 예.”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던 다솔은 어느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펄쩍 튀어 올랐다.
“누, 누구시라구요?”
다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큰 눈을 깜빡거렸다. 가만있어 보자. 지금 전화기 속 남자가 맞선 볼 남자라면…. 이, 이 남자는 당최 누구야?
이 다솔, 22살. 연애기피주의. 사랑 보단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앞에 어느날 갑자기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최악의 만남이 빗어낸 피해갈 수 없는 운명에서 그녀는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사랑 같은 건 정말 싫다구!
연해늘
연해늘.
단순하고 유쾌한 것을 좋아하는 귀차니즘의 절대 신자.
머릿속에 떠오른 망상 혹은 환상을
글로 풀어내는 게 유일한 낙이자 즐거움.
아직은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하기만 한 허접한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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