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데미그라스 소스를 듬뿍 뿌린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양상추가 아닌 케요네즈를 듬뿍 뿌린 양배추 샐러드.
이제는 흔해져버린 양식당이지만 한때는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공간, 그곳에서 처음 마주쳤던 소녀 후인.
이국적인 양식소스 냄새만큼이나 달콤한 미소를 짓던 그녀를 기억한다.
10년 후, 그리고 또 10년 후
다시 마주친 그녀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차후인
20살 첫 눈이 내리던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흔하디 흔한 교통사고.
부도, 채권자, 엄마의 우울증, 갑자기 불어닥친 파도에 휩쓸려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고달펐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 하나.
아버지는 사고였을까 자살이었을까.
사고 직전, 아버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칠대로 지쳐있을 때 무작정 들어갔던 이름 모를 양식당.
유독 키가 크고 무뚝뚝해 보이는 젊은 사장이 만들어준 데미그라스 소스.
아빠가 만들어 준 맛이다.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젊은 양식당 사장님.
이규원 씨.
다시 만난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도망치지 말 걸 그랬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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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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