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에 단 한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밤에 익숙하게 생활하고 있는 가환국의 사람들,
그리고 그 어둠속에는 가환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흑류단이라는 것이 있었다.
해와 달의 합함이 이루어지는 해다합이 일어나는 그날을 시작으로 모든 사건의 복선을
나타나게 된다.

[채유] 엄마가 죽은 이유는 모두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복수를 하기위해 그의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다가 오히려 죽음의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직전의 끝에 전혀 알 수없는 '가환' 이라는 묘한 나라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차가운 어둠속에 파묻혀 있는 그를 사랑하게 되다.

[흑혼류] 어둠과 어둠. 그 사이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암흑같이 흙빛으로 물든 그는 흑류단의 단주. 현실 속에서 존재치 않을 것 같은 바람 같은 그가 어느 날 해다합의 산물이라고 굳게 믿는 해다합의 귀인 유와 만나게 된다.
끝이 없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그리고 유를 마음에 두게 되며 그의 심장을 서서히 조여 오는 알 수 없는 어둠과 정해진 운명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맞서기로 한다.

[태휘현] 찬란한 태양, 가환의 태양인 가환의 황제 태휘현. 어느 날 눈앞에 기분이 묘해지며 운명의 이끌림을 받게 되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다른 이의 곁에 서 있었고,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한 자신의 배필이자 운명이라고 그녀를 굳게 믿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오직 암흑만을 사랑하고 빛을 사랑하지 않음에 이해를 하지 못한다.

전혀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 가환, 눈앞에 펼쳐지는 희귀한 현상들과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해다합의 진실에 대해 운명에 대한 틀을 바꾸려는 해다합의 세 가지 산물들. 어둠, 달, 태양. 이 세 가지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운명의 틀이 바뀌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많이 야위었어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드문 흰 빛깔이 날 정도로 청아한 맑은 노란색의 머리칼을 찰랑이는 여인이 걱정스럽게 눈앞에 있는 훤칠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암흑마저 삼켜 버릴 듯 진하고 진한 검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사내는 검은 옷을 입고서 여인을 창백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남자는 조용히 여인을 가슴에 안아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고 할지라도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 다오.]
남자의 말에 달빛 머리칼의 여인은 무엇이라도 아는 얼굴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남자가 하는 말이 자세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행복한 시간이 그다지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쯤에서 그만 하지.]
날카로운 미성에 가만히 서로를 안고 있던 두 사람이 서서히 거리를 넓혀서 자신들에게 말을 건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타오를 듯 붉은 머리칼이 바람과 함께 날리고 있었고 무언가를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붉은 눈동자는 오직 한 여인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그저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옆에 굳건히 서 있는 남자의 뒤로 슬그머니 모습을 감출 뿐이었다.
[달이여. 그에게서 떨어져 나에게 오시오.]
화려한 복식을 한 이 남자는 얼마 있지 않으면 가환을 세운 초대 황제로 지상으로 내려가 개국식(開國式)을 치러야 하는 이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그 개국식에 데려가기 위해 여기 왔지만 사랑하는 이는 다른 사내와 있었다. 분노의 경계선을 드나들고 있던 그는 여전히 타오르는 눈빛으로 암흑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난 이미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의 옆에 서지 못할 것 같으니 그만 돌아가 주세요. 난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답니다. 그러니 저보다 훨씬 훌륭한 여인을 옆에 두었으면 하군요.]
[그의 안색이 왜 창백한 줄 아나?]
그녀가 걱정하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 정확히 집어내자 곧 고개를 돌렸다. 분명 자신이 모르고 있는 일은 이 타오르는 머리칼을 가진 남자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지 말라.]
검고 고요한 눈빛을 탁하게 빛내고 있는 남자는 그의 입을 막기 위해서 미리 말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거침이 없었다.
[공동의 주인이란 없다지. 저자는 인간계의 모든 전권을 가질 수 있는 황제라는 자리를 넘겼다. 인간계를 다스리지 않게 되면 더 이상 그의 존재는 필요 없게 되는 법.]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흑혼. 이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부정을 하는 듯 고개를 흔들어 보았지만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자는 냉소만 지을 뿐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옆에 저 여인을 둘 수 있다면 무조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각오는 예전부터 이미 해 오던 사실이었다.
[저자의 말을 듣지 말라. 귀를 막아다오.]
[만약 그대가 내 옆에 온다고 약조만 한다면 그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소.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