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후천적 하여간 소심한 교사 고운과, 선천적 후천적 소심과는 담쌓은 녀석 학생 태류의 사랑이야기


1. 플러스 육천, 그녀.



멋진사랑 해보리라 굳센다짐 몇년짼가 고딩때는 취학준비 대딩때는 취업준비
이제조금 살만하니 매정한내 가족들왈 청춘이미 지나갔다 나이발로 맞선보세
억울하고 분함맘에 그깟사랑 줘도싫다 내앞길은 골드미스 혼자산다 외쳤는데
그런나를 비웃듯이 그사랑이 성큼성큼 구경조차 못했었던 왕건이가 들이대네

외모수려 두뇌명석 품행방정 운동만능 처음에는 이상한놈 알고보니 괜찮은놈
그야말로 팔방미인 웬떡인가 눈비비니 학교학생 웬말인가 눈앞하얘 뒷골땡겨
반수실패 내인생에 임용시험 한큐패스 웬일인가 싶었더니 이런복병 있었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속을모를 녀석인데 내마음은 두근두근 이거정말 미칠노릇





2. 마이너스 육천, 그.



날때부터 소심했나 저게무슨 희한한짓 비행학생 본척만척 도망치기 정신없고
그러고도 집요하게 똑같은짓 계속하고 맞서는가 싶었더니 달달떨며 눈치보네
삽질기본 자학옵션 본적없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기가막혀 그냥웃고 말았는데
하루이틀 지날수록 그얼굴이 예뻐보여 이상하게 눈이가고 자꾸자꾸 맘이가네

꼬여드는 똥파리에 불안한맘 스멀스멀 안되겠다 찜해야지 도장부터 찍었는데
예상대로 혼비백산 안절부절 좌불안석 절대안돼 도망가기 말도안돼 고민하기
넌안된다 거절하기 다른놈과 소개팅에 다그치니 통곡하기 골고루도 하는구나
그렇대도 별수없소 이미내게 걸렸으니 싫다해도 소용없소 그댄이미 내여자요




◈ 본문 중에서

“선생님이 좋아졌습니다. 확실하게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하는 평범한 안부를 묻는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상큼하게,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상큼하게 녀석이 말했다. 허,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하나.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너 그걸 답이라고 한 거야?

“좀 둔하신 것 같기에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시는군요.”

빈정거림도 아니고, 정말로 신기하단 얼굴로 웃으면서 저리 말하면 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한단 말인가. 저 녀석은 진지한 얼굴로 사람 속을 뒤집는다.

“근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왜 묻느냐고? 그걸 정녕 몰라서 내게 묻는 것이냐? 너 머리도 좋다면서! 교무실의 선생님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머리 좋다고 하시는데 그거 다 뻥이로구나.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이 저럴 수는 없는 거다. 그걸 몰라서 물어? 네가 나한테 뽀, 뽀, 뽀뽀 했잖아! 이게 그냥 넘어갈 사태로 보여? 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