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육천 개의 밥공기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몇 번이고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지금의 내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인간인 이상은 알 수 없는지라 그 앞에서 사람들은 항상 선택하기를 망설인다. '23년째 살고 있는 내 경우를 생각해봐도 벌써 몇 번이나 큰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열다섯, 외고에 갈 것인가, 일반고에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 열아홉, 그 꽃다운 나이에 재수를 할 것인가, 합격한 학교를 다닐 것인가에 대한 문제. 스물, 재수를 했음에도 전혀 성과 없는 성적에 삼수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대부분 양자택일의 형태를 가지는 이러한 문제들이, 그 순간만큼은 나를 정말로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곤 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우유부단한, 그러니까 많이 신중한 내 성격이 거기에 한 몫을 한 것이다. 평소에 자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을 먹어야 할지도 제대로 택하지도 못하는 내 성격에, 그런 막대한 선택들은 언제나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성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몇 배로 피곤해지는 날도 많았지만…… 나는 쉽사리 이것을 고치지 못했다.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건 고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 내 성격을 이리 만들어 놓은 신이, 내가 이렇게 뼈저리게 잘 아는 그 간단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오, 신이시여. 그런데! 어째서, 도대체 왜!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똑같은 두 번의 시련으로는 부족하더이까? 처음 제가 불의를 외면한 것이 그리도 못 마땅하셨습니까? 제가 정의롭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제게 그런 힘은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전 연약하단 말입니다! '시련을 주시려거든 왜 저를 더 적합한 인간으로 만드셨어야 했습니다! 왜 그렇게 만들지 않으신 상태에서, 왜 제게 이리 밝은 시각과 예민한 후각을 주셨나이까. 저는 결단코…… 담배냄새 따위 맡고 싶지 않았습니다!'세 번째였다. 그럼에도 또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내 행동을 후회해봤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이미 나는 교복을 입은 무리들이 이곳 뒤뜰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했으니까. 담배. 그 백해무익한 물건. 니코틴, 타르 등을 포함하고 폐암을 유발하는 무서운 존재. 아마도 그래서 미성년자에게 금지된 물건. 그런 담배가, 어째서 교복을 입은 저 무리들에게 쥐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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