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것을 아무런 미혹 없이 말할 수가 있다. 내 세계에 유일하게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저씨다. 비교하며 고민할 만큼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너의 손톱만한 상처마저 나는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네가 이고 있는 많은 짐들을 알기에 더더욱. 마냥 아끼고 품어안은 채 사는 것이 동물을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지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어항처럼.'
'아득하게, 태준은 눈을 감는다. 그래. 행복하니.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네가 누구로 인하여 자랄 수 있었고, 행복해질 수 있었는지 알고 있다. 태준은 눈을 감으면 선명한 어느 청춘 속의 액자를 가만히 내려놓는다. 흐리멍덩하고 분명하지 못한 고독한 그림 한 장. 나는 그것을 사랑했었단다. 너의 외로운 싸움을.'
스물, 이루다. 서른 둘, 차성재.
피가 이어지지 않은 사촌. 띠동갑. 소녀. 남자. 아저씨.
사랑은 온전한 것을 부수고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저씨를 마음에 들여놓기 전에는.
본문 발췌 글.
“윤태준도 남자야. 네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남자는 다 똑같아. 남자애랑 같은 집에서 있겠다니. 그게 무슨 소린 줄 루다 네가 알기나 해?”
“……아저씨도 남자잖아요.”
웅얼대며 뱉은 말에 아저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눈앞만 뚫어져라 응시하는 아저씨의 시선은, 그러나 어딘가 먼 곳을 좇고 있는 것만 같다.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것을.
“……그래.”
차가 휘청거린다. 짧은 신음을 지르며 안전벨트를 꼭 붙잡자마자, 갓길에 선 차가 불안한 기계음을 낸다. 운전대에 엎드린 채로 아무 말이 없는 아저씨의 잠잠한 등. 나는 혼란스럽다.
“……그래…….”
“……아저씨……?”
“네 말이 맞다고. 루다야.”
뭐가요……? 물을 수도 없을 만큼 심각한 아저씨.
“나하고 살기 싫으니.”
“……아니요.”
“태준이를, 좋아하니.”
쥐어짜듯 중얼거리는 아저씨.
쓸쓸한 등.
“……아니요.”
“아저씨는……너하고 살고 싶어.”
“…….”
“그런데 자신이 없다.”
방금, 내 심장이 멎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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