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내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해도 좋아요…?"'너를 끌어안아도 되는 걸까. 아저씨, 아저씨…. 간절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못처럼 귀에 박힌다. 성재는 붉어진 눈가를 누르다 루다의 어깨를 쥐었다. 다만 너를 지키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이. 누나에 대한 속죄라고….'"아저씨는…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도 괜찮아요?"'아이가 운다. 이제는 소리 내어, 온 몸으로 운다. 성재는 견딜 수가 없다. 네가 우는 것만은…네가 다치는 것만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말했잖아. 루다야. 너한테 나쁜 놈 되는 거 정말 싫다고."'"아저씬, 내가 아저씰 싫어해도 괜찮아요……?"'"정말…못해먹겠다…. 이런 거…."'언제부터였을까. 누나는 상관없었어. 전혀, 상관없었어. 성재는 되뇐다. 네가 누나의 딸이 아니라도 좋았다. 아니었으면 했다…. 네가 저 바다 어딘가의 이름 없는 인어였으면. 나는 비단 그물로 너를 사로잡아 커다란 크리스탈 욕조에 넣어두고 산호와 흰 모래로 채운 욕조 안의 너를 내내 바라보았으리라.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은 채로 너를 가졌겠지. 성재의 상상은 졸렬하다. 착각이라니. 다 헛소리야. 다.'"…네 전화를 윤태준이 받았을 때, 머리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죽이고 싶었어. 너는 모르겠지. 루다야. 때로 내가 얼마나 너 때문에 뜨거워지는가를. 루다의 어깨를 감싸 쥔 성재의 손 위로 푸른 힘줄이 불거진다. 방 안에 내리깔린 노을 색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파르스름한 열정. 루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성재를 바라본다. 언제나, 그를 향해서 만큼은 일말의 미혹조차 없는 눈동자.'"…겁난다. 루다야."'"겁나기만 해요? 아저씨 못됐어요…."'"싫어하지 마."'"미워할 거예요."'"미워하지도 마…. 가슴 아파."'루다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성재는 루다의 작은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올려놓았다. 작게 심장박동 같은 것이 이마에 울렸다. 쿵. 쿵. 콩. 콩.'"좋아해."'"…아저씨……."'"…좋아한다……."'루다 너로 하여금 나 역시도 바다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너를 품기 위해 생긴 내 안의 바다. 성재는 조용한 숨을 뱉으며 가만히 눈감는다.'"다른 사람하고 결혼하지 마…."'"…싫어요……. 아저씨 미워요…."'"…다른 사람 좋아하지 마…."'"…싫어요…."'"나만 좋아 해줘. 루다야."'끌어안고 싶은데. 끌어안아서는 안될 것만 같은데. 알지만, 알면서도.'흐느껴 우는 루다의 등을 끌어안으면서 성재는 다만 눈을 감는다. 너의 곁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