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이더 제국 최고의 명문가 출신이자
대륙의 유일무이한 그랜드소드마스터인 에렌스트 로웬슈타인 공작(에렌).
그는 실력 중심의 레저러스 기사단을 이끌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냉혹하게 검을 휘두르는,
웬만한 기사들도 고개를 돌리는 잔혹한 기사이며
동시에 그 모습이 차갑고 도도하며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얼음과 눈을 연상시킴에 빙설의 기사라는 별칭을 가진 공포의 대명사이다.

험준하기 짝이 없는 드래곤 산맥 때문에 슈나이더 제국에서도 고립된 셰리크의 주인이자
가진 거라고는 유산으로 받은 3억 골드라는 엄청난 빚뿐인 류지니아 세인베르크 백작(류진).
그녀는 청순가련한 외모와는 정반대되는 험한 입을 가졌으며
먹고 살기 힘든 영주민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뼈 빠지게 고생하는 가련한 영주이며
동시에 어느 누구의 앞에서도 당당하고 거칠 것이 없는 여인이다.

이 두 사람이 전격적으로 혼인을 하여 부부가 되었으니 슈나이더 제국과 셰리크에 어떤 바람이 불까?


◉ 본문중에서

“류, 류진님, 크, 큰일났습니닷!”
그 기세에 한 발 뒤로 물러선 류진이 살짝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진정해. 무슨 일인데 그렇게 헥헥거려? 어디가 또 무너졌어?”
“그, 그게 아니라…… 그, 그게…….”
보다 못한 망루장이 젊은 남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목을 만지며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남자는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류진을 쳐다보았다.
“빙설의 기사가 오고 있답니닷!”
“……빙신(병신의 잘못)……의 기사?”
“그게 아니고요! 빙설요! 빙설! 빙설의 기사 말입니닷!”
젊은이는 류진이 답답하다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쾅쾅치며 소리쳤다.
“이보게, 무례하게 감히 누구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겐가? 그런데 빙설의 기사라고 했나?”
“예. 빙설의 기사가 틀림없습니다.”
“그 빙설의 기사가 맞나?”
“그렇다니까요!”
망루장과 젊은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류진이 입을 열었다.
“빙설의 기사가 누군데 그 야단이야?”
류진의 말에 젊은이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아니, 류진님. 그 유명한 빙설의 기사를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제국의 2대 기사단 중의 하나인 레저러스 기사단의 단장이자…….”
“아, 그 로웬슈타인 공작? 난 또 누구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빙신의…… 아니, 빙설의 기사야? 왜 그렇게 불러?”
“그건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도, 피 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거랍니다, 류진님.”
망루장의 대답에 젊은이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망루장 어른,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사실 탁 깨놓고 말하면 웬만한 기사들도 고개를 돌리는 잔혹한 남자라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거 아닙니까? 류진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자,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을 휘두른답니다. 살육의 제왕이래요. 그러면서도 차갑고 도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얼음과 눈을 떠올리게 만들어 빙설의 기사라 불린답니다.”
“그래?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류진이 관심없다는 투로 묻자 젊은이는 다시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글쎄 그 잔혹하기 짝이 없는 빙설의 기사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