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님의 빚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빚을 갚아드릴 테니 나의…… 아내가 되어주시겠습니까?”'류진은 처음 얼마동안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을 때에는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거렸다.'“지, 지금…… 본인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하신 겁니까?”'“물론입니다.”'“농담도 잘 하셔.”'“난 농담할 줄 모릅니다.”'류진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더니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드래곤 피하려다 드레이크 만난다더니 내가 완전히 그 꼴이군요. 아까 그 영감탱이들 보다 더 하잖아! 나와 결혼해서 어쩔 생각이죠? 당신이야 말로 이 셰리크를 힘 하나 안 들이고 꿀꺽하겠다는 건가요? 네? 그런 심보에요?”'흥분한 류진은 삿대질까지 하기 시작했다.'“빙설의 기사니 그랜드소드마스터니 하면서 추켜 세워주니까 세상이 모두 발밑에 있는 것처럼 보여요? 내 신조가 뭔 줄 알아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거예요. 당신이 제국의 명문가 출신이든 대륙에서 하나 밖에 없는 그랜드소드마스터든 신의 기준에서 봤을 땐 하찮고 어리석은 미물일 뿐이에요. 그렇게도 잘났으면 드래곤 산맥 어디엔가 살고 있다는 골드 드래곤을 때려잡아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 보시던가!”'류진은 씩씩거렸다. 그런 류진을 바라보며 에렌은 고개를 숙였다.'“나는 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그렇게 떠들고 다닐 뿐이죠. 백작님이 나의 아내가 되어 주신다고 해도 난 셰리크를 꿀꺽할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백작님도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에렌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뭔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