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며칠 남겨둔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하게 된 엄마는 위암말기 진단을 받았고 병원비를 내기위해 힘들게 장만한 집까지 내놓아야했다. 학교를 졸업직후 알바란 알바는 죄다 뛰면서 하루에 2시간이상 잠을 자본적이 없었다. 그러다 진규를 만나게 되었다.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희수는 진규와의 첫 만남부터 어머니를 만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비싼 수당에 넘어간 게 잘못이었다.
“이렇게 하지 당신이 나랑 결혼한다는 조건하에 어머니의 병원비를 내주겠어. 어때? 해보겠어?”
“네?”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집요할 정도로 아이를 바라는 시어머니와 너무도 당연하게 무시를 하는 진규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리고…….
“저녁전이시면 같이 드실래요?”
“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린 희수를 향해 머쓱하게 말은 건넨 이수였다.
“아, 죄송합니다. 우리 초면이었죠.”
‘또 웃고 있네.’
머쓱하게 웃는 이수의 모습이 왠지 친한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쉽게 느껴졌다. 뜨거운 여름햇볕같이 환하게 웃는 이수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코스모스를 보지 못하신 채 눈을 감고 말았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한석이 신경 쓰였다. 아니 희수만이 아니라 한석 역시 희수가 신경 쓰였다.
“당신이… 신경 쓰입니다.”
신경 쓰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타인이 자신에게 신경이 쓰일 정도로 중요했던 적이 없었던 윤 실장은 입 밖으로 내뱉은 자신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오늘, 아니 두 번째 만나는 사람이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 없었다. 하지만 신경이 쓰였다. 무엇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지만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태풍이 불어오기전의 적막함이란 걸 알지 못하는 희수와 한석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하루하루가 이어져가고 있었다.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여느 아이처럼 운명 같은 사랑을… 매일같이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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