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과연 그 사람의 외모와 그 사람이 가진 조건뿐인 걸까?

초등학교 시절,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아이, 이재림. 사춘기를 거치며 피나는 노력으로 그녀가 변했다. 백여시로 둔갑, 많은 남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대학3년의 재림으로 변신했다. 재림은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던 날, 어린 시절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짓밟은 임강유에게 복수하려고 나타난다.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볼까 했더니, 이건 또 누구야? 그녀의 앞에 나타난 완벽한 남자, 차주성. 학교를 졸업한 그는 재림의 동아리 선배이자, 집안 빵빵하고,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다. 어떡하지? 둘 다 싫지 않은 걸.
요즘 잘 나가는 잇걸, 재림의 연애다이어리.





본문 발췌

“이재림. 커플 반지로도 안 되면 내가 때려치운다.”
강유는 재림의 앞에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화이트골드의 우아한 링에 큐빅이 가운데 깨알같이 박혀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이었다. 얼마 전 재림이 잡지에서 예쁘다고 말하며 부러워한 반지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이거 가짜 아니지?”
“이재림.”
“강유야 허리 좀 숙여봐.”
무슨 일 때문인가 싶어 강유가 허리를 조금 숙이자, 재림은 그 정도론 안 된다며 귀를 잡아당겨 허리를 바짝 숙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감싸 안고 입에 뽀뽀하였다.
“예쁘다. 어울려? 어울리지? 손가락 참 허전했었거든. 니가 이렇게 센스 있는 녀석인 줄 알았다면 진작 사귈걸.”
재림은 강유의 얼굴보다 반짝이는 반지만을 쳐다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어떤 것보다 반지 하나에 저렇게 좋아 깜박 죽어 버리다니. 허탈감에 강유는 혀를 끌끌 차며 재림을 쳐다보았다.
“이야…… 겨우 반지 하나에 넘어 가냐? 이재림, 강의실로 꽃 들고 들어가는 내 정성보다, 차 빌려 너 기쁘게 해주려는 내 마음보다 그 까짓 링 하나?”
“그러게. 확 땡기네.”
반지를 낀 손을 들어 보이며 재림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마주친 두 눈에 강유가 그녀의 목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진주 목걸이 처음 보는 거네?”
“아, 선배가 줬어.”
“선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강유가 쳐다보자 금기 사항도 잊은 재림이 신이 나서 그에게 목걸이를 들어 보여 주며 말했다.
“주성 선배라고 잘나가는 선배 하나 있는데 나 학교 다닐 때 자기한테 잘 대해 주었다고 고맙다고 줬어.”
“넌 남자한테 목걸이 받고 다니냐?”
“뭐 어때? 별 의미 없이 주는 거야.”
“남자는 다 똑같아. 미쳤다고 별 관심 여자한테 그런 걸 주겠냐?”
“오호, 나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
으쓱하며 재림이 쳐다보자, 강유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골치 아픈 여자였다니.
“걱정 마. 정말 그뿐이었으니까. 그 선배 돈 많아. 그래서 부담 없이 받은 거야. 뭣하면 다음번에 소개시켜줄게.”
옆에 나란히 무릎을 구부려 재림은 강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강유는 재림의 손을 잡았다.
“임강유, 앞으로 잘 부탁해.”
재림은 반지 낀 손을 높이 치켜든 채 팔랑팔랑 뛰어 기숙사로 향했다. 강유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자신의 반지를 끼며 허탈함에 그냥 웃어 버렸다. 그리고 허리를 툭툭 치며 걸었다.
“쟤는 파스 냄새가 나는 줄도 모르나, 백 여시 저거 암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