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잘 잔다. 코까지 골아?”'기절한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이젠 아주 대놓고 코까지 골며 잠을 자고 있다. 다친 곳이 없는 것 같아 그나마 안심이다. 바위에 기대어 앉은 강유는 자신의 다리 한쪽을 만져 보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극심한 고통에 이를 악 물고 참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가슴에 기댄 채 잠이 들어 있는 재림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강유는 숨을 가쁘게 쉬었다.'“이 아가씨야, 내 심장 터지겠다.”'강유의 손가락은 재림의 머릿결에서 귓불을 타고 흘러 목선을 어루만졌다. 어깨를 매만지며 부드러운 팔을 따라 손이 내려갔다.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다른 한손으로 자신을 손을 탁탁 치며 그는 이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붉은 휘장을 감아 놓은 듯 아스라이 물든 빨간 저녁 빛깔이 머물고 간 자리는 재빠르게 어둠이 찾아왔다. 짙게 잠긴 땅거미에 강유는 한숨만 나왔다. 강유는 재림의 코를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비틀었다. 조금씩 숨을 쉬기 곤란해지자 재림은 아푸푸 하며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강유는 키득 거리며 다른 한손으로 재림의 입까지 다물게 만들었다.'“1, 2, 3…….”'5초도 넘기지 못하고 눈을 뜨며 재림이 몸부림 쳤다. 그 바람에 재림의 손이 다친 강유의 다리를 퍽 치고 머리를 들면서 강유의 턱과 부딪쳤다. '“으악.”'눈물이 찔끔거렸다. 다친 다리도 아프거니와 머리는 어찌나 단단한지 돌멩이에 부딪치는 것 보다 더 아픈 것 같았다.'“야, 인마.”'“응?”'무슨 일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재림이 눈을 비비며 순진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기를 모면하려는 재림의 피나는 노력의 얼굴이었다.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재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짙은 어둠. 재림은 발을 동동 구르며 여기저기 쫓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빽빽하게 보이는 건 오직 나무. 숲속에 갇혀 버린듯 재림은 순간 들이닥치는 공포와 무서움에 자리에 주저앉았다.'“야, 여기 어디야?”'“산속이지.”'“너 장난 치냐? 빨리 내려가. 내려가자구.”'“혼자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응?”'“난 다리 때문에 그냥 있을란다.”'“다리가 왜?”'재림은 강유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왼쪽 다리가 퉁퉁 부어 오른 것 같기도 하고 편 채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재림은 손가락 하나로 다리를 푹 찌르자, 강유가 비명을 꽥 질러댔다.'“진짜 다쳤나 보네.”'“그럼 내가 지금 이 상황에 사기치고 있겠냐?”'“그러게 조심했어야지. 너 바보냐? 다치길 왜 다쳐?”'“그래. 내가 바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