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거야.
죽는다 했다…….
나는 죽겠다 했다.
웃는 방법도 우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이 삶을 끊는 것조차 두려워 감히 할 수 없었던 나는
이렇게까지 이어지는 끈질김에 어느 정도는 질리고
또 어느 정도는 포기하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보여?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단지 살아서 숨을 쉰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주위를 돌아볼 여력 같은 건 없어. 끝도 없는 벼랑 끝에 혼자 앉아 비도, 바람도 온전히 맞으며 살아내는 것만도 지치고 고단해. 그러니까 이제 가. 원래 당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간신히 내 자신만 돌보는 것도 힘들어 허덕이는 나 그만 괴롭히고…….
모르겠어? 당신이 날 잃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잃는 거야. 그러니까 슬퍼하고 울어야 할 사람은 나야. 당신이 아니고.
아아, 신은 늘… 내가 모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었어.
그것이 내게 처참하든 비통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이.
― 한혜연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가 먼저 네 곁을 떠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그녀가 먼저 하늘로 가면, 그녀가 살았던 이 세상을 기꺼워하며 살다가 어느 때고 따라가면 되는 것을. 남아 있는 동안 마음껏 슬퍼하다가, 그리워하다가 다시 만나면 그 얼마나 기쁠까. 그리하여 비로소 우리는 처음부터 그리될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삶은 유한해서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기에도 충분치 않다.
해서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랑하고, 기억하고, 매순간 그 사랑을 증명한다.
나는 결코 손해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기꺼이 이 세상에 머물러준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을 뿐.
사랑을 하고 또 그 사랑을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은 것보다 나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류시후
당신을 만나기 위해,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을 깨닫기 위해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 있었습니다.
홍예
홍예(虹霓)
세상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엄살쟁이.
여행을 동경하지만 한번도 실천해보지 못한 몽상가.
현재 ‘절벽의 꽃’ 연재를 마치고 무한 잠수에 들어갔으며
오프라인에서 느릿하게 ‘라희(羅熙)’, ‘탐(貪)’을 준비 중.
출간작 - 운향(芸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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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 greenbi-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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