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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널 보고 싶어 하셔.”
“내가 왜 정 사장님의 어머니를 뵈어야 하죠?”
“나와 결혼할 사람이니까.”
“난 결혼하지 않아요.”
“왜지? 왜 나와의 결혼하지 않겠다는 거지?”
“꼭 정 사장님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전 결혼 생각이 없어요.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을 거고, 만약 한다고 해도 내가 가져도 비난받지 않을 사람이랑 할 거예요.”
“나랑 결혼하면 비난당한다는 건가?”
“겪어보고도 모르시겠어요?”
“막아준다고 하지 않았나?”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일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넌 나와 결혼해야 해.”
“주인이 장난감한테 내리는 명령인가요?”
선혜의 말이 자꾸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제는 칼이 꽂힐 공간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는 자꾸만, 자꾸만 칼을 꽂을 공간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명령이라면……받아들일 텐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주의사항을 읽어본 적 있어요?”
“…….”
“장난감에는 각기 몇 세부터 몇 세까지라고 정해져있는 기한이 있어요. 얼마동안만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유예기간. 저는 정 사장님의 장난감이 틀림없었지만 이제는 그 유예기간이 지나버렸어요. 그러니 아쉬우시겠지만 명령도 소용이 없게 된 거죠.”
“그럼 주인이 아닌 한 남자로서 부탁하지. 나와 결혼해 주겠어?”
우철은 자신을 힘들게 한다. 항상 걱정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놓아주어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기게 만든다. 그래서 우철이 밉다. 선혜는 우철이 눈물 날 만큼 미웠다.
“돈을 벌기 위해서 몸을 팔던 년이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부라면 당연히 청혼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청혼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지요.”
“왜 자꾸 자기 자신을 비하시키는 거야!”
“사장님께서도 인정하신 일입니다. 제가 장난감이었다는 것을.”
“빌어먹을! 너를 위해서였어. 네가 기운을 차리게 만들기 위해서, 살려는 의지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였어. 그런 말을 했던 내 마음은 생각이나 해봤나? 얼마나 아프고 시렸을지 생각이나 해봤어? 왜 이렇게 잔인하게 굴어!”
“그러니 가세요. 전 당신께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니……가세요.”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