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포함]

기획 의도……
피자에 고추장 찍어 먹기.
그녀의 변명……
결코 끼워 팔릴 순 없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결혼을 피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친 짓도 예외일 순 없다!
그의 변명……
여자들은 늘 남자를 이용해 먹지 않는가.
나라고 여자들을 이용하지 말란 법은 없다.
포크질 해대는 미친 추접 마녀는 더욱 이용해 먹어도 싸다!
그와 그녀……
그들이 뭉쳤다.
엉뚱 추접 마녀와 체면 왕자 유니콘의 엽기 로맨스!

[본문중에서]

<지저분한 여자 두 번째 : 음식 이용하기!>
다음은 뜨거운 튀김을 개인 접시에 얹어 놓은 후 입으로 가져갔다가 ‘앗! 뜨거.’ 를 크게 외치고는 뼈다귀나
생선 가시 같은 것을 모아 두는 개인용 그릇에 뱉었다가 다시 집어 먹는 각본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먹었던
음식 찌꺼기 위에 살짝 얹어 놓았다가 다시 먹는 것이다. 단지 숙녀가 할 행동과는 180도 거리가 있어 남
이 보기에 매우 불쾌하다는 것뿐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안 그래?’
그런데 이놈의 튀김이 생각보다 너무 뜨거웠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찌꺼기를 모아 두는 개인용 접시 까
지 입이 견디질 못해 중간에 떨어졌고, 뜨거운 튀김은 테이블 모서리에 가서 톡 부딪치더니 그만 아래로 자
살해 버렸다.
거기 까진 좋았다. 튀김의 자살 포인트를 더듬어 시체를 찾으려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순간, 넉살 좋게도
웬수의 허벅다리 위에 떡! 하니 누워 있는 배신행위를 저지르고 있질 않은가. 이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
에 그녀는 너무 놀라 입을 쩌억 벌리고 튀김만 쳐다보았고 정말로, 이번엔 진심으로 웬수의 반응이 두려워
차마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웬수는 이상한 놈이었다. 보통은 ‘도대체 뭐야!’ 라고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화를 내거나
아니면 최소한 상체를 얼른 의자 뒤로 움직이는 재스츄어라도 보여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놈은 정말 괴상
했다.
‘안 뜨겁나?’
그녀가 흘끗 웬수의 얼굴을 쳐다보니 그는 허벅지 위에 올려진 튀김을 한없이…… 빤히…… 쳐다 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마치 그 모양이 그녀에게 ‘빨리 이걸 치워라!’ 하는 의미로 보였기도 하거니와 이 예상치 못한 전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더불어 전부터 늘 외우다 시피 한 각본 한 구절 <튀김을 입에 문다. 찌꺼기
그릇에 뱉는다. 집어서 다시 먹는다.> 이순서가 메아리처럼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었기에, 그녀는 본능적
으로 왼손에 들고 있던 포크로 허벅지 위에 유유히 누워 있는 튀김을 그대로 꾹! 찍었다.
사람살이 접시처럼 딱딱하지 않아 잘 안 찍어지기에 재차 시도해서 이번엔 더욱 힘을 주고 꾸욱! 눌러서 튀
김을 포크에 안전하게 이동 시킨 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서 한입 뚝 베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