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때요?"
"……."
"한번 즐길 상대로."
남자의 굵고 진한 눈썹이 발칵 치켜졌다. 결국 그런 여자였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서는 개의치 않았다. 무슨 상관이람. 그저 한번 즐기는 상대일 뿐인데.
"침묵은 거절인가요?"
"늘 이런 식으로 보상을 하나?"
"보상?"
자신에게 베푼 호의를 이렇게 되돌려주느냐는 뜻인 모양이었다. 글쎄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묘한 대답을 해 버렸다. 어떤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단지 오늘 이 시간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뿐.
"난 여자에 굶주린 사람은 아니야."
"그럼 테크닉이 봐줄만 하겠네요."
"적당히 하는 게 좋아."
"왜요?"
"남자는……. 이유 없이 여자를 안기도 하거든."
"설마요. 돈을 주고 여자를 살 때도 이유는 있는 것 아닌가요? 욕구분출이라는 거창하지도 않는 이유."
"글쎄, 다른 사람들의 이유엔 관심 없어서 잘 모르겠군. 이제 그만했으면 된 것 같은데……."
"나가라는 말을 또 하려는 건가요?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건가. 다들 한 번씩 욕심을……. 어맛."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짧은 비명을 질러놓고도 그녀는 잠시 정신이 없었다. 그는 등을 돌리고 있었고 그녀와는 두어 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다가서는 걸 느끼지도 못한 사이, 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빠르게 낚아챘고 곧 잘생긴 얼굴이 바싹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남자의 호흡이 입술 끝으로 내려앉았다.
이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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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린
오래전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서 지금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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