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휑한데, 광풍에 미친 듯이 허우적거리는 나무처럼 흔들리고 파도처럼 폭발해 버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흐흐흐, 음산한 웃음소리가 차라리 울음으로 터져버리길 바랐다. 소리라도 지를 수 있었으면, 아무에게나 미친 것 아니냐며 손가락질이라도 받았으면, 그렇게라도 무너질 수 있었으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하늘이 흐릿해지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제각기 흩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녀의 바람대로 세상이 흔들린다. 헉헉,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또 달리고. '탁, 누군가에게 부딪혔다는 생각이, 둔탁한 무언가가 머리를 때리는 순간, 모든 것은 암흑 속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