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이지 이런 여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뭐가 이렇게 거만하고 당돌한지... 이런 여자랑 결혼을 하라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될 법 합니다? 자존심도 세고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이지 정말이지 환장 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정략이라지만 이런 여자와는 절대 결혼 할 수 없습니다! <영민's>
뭐, 이런 남자가 있는지! 바람둥이라는 것은 알지만 세상에! 약혼식장에서 다른 여자랑 키스를 하다니! 이런 남자랑 결혼을 하라니! 절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남자와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평생 늙어 죽는 쪽을 택하겠어!
[본문 중에서]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영민은 벌써 손목시계를 100번도 더 들여다본 듯 했다. 분명 약속시간은 7시였다. 하지만 8시가 넘은 이 시간에도 강채영이라는 여자의 모습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냉수를 들이 키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이곳에 오기 전 어머니가 손에 쥐어 준 사진을 꺼내 들었다. 사진을 뒤쪽으로 넘기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영민은 사진에 적혀있는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속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채영은 전화를 걸자마자 신분도 밝히지 않고, 시비조로 말을 하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누구인데 전화를 이런 식으로 걸어온단 말인가!
“뭐라고요? 전화 예의가 없으시군요. 먼저, 그쪽이 누군지 밝혀야 되는 것 아니에요?”
“정확히 8시37분26초네요. 우리 약속 시간은 7시 아니었던가요?”
채영은 약속시간을 듣고 나서야 전화를 건 남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약속장소엔 나갈 생각이 없었다.
“아, 김영민 씨. 이를 어쩌죠? 전 애초에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뭐라고요?”
“저하고 직접 하신 약속 아니잖아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잡아 놓은 약속에 응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어요.”
“뭐라고요? 나 참, 강채영 씨 뜻은 잘 알겠습니다.”
영민은 전화를 끊고 얼음물을 들이켰다.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 이런 여자가 있나 싶었다. 영민도 이곳에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카드를 끊어버리겠다는 아버지의 협박에 억지로 나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꼴을 당하다니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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