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서 인생이 피곤한 그녀, 한예민(29)

예전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으나, 몹쓸 소문에 시달리다 그만둔 서글픈 인생. 입시 학원에 자리 잡지만, 어려운 경제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 다시 백수가 된다. 친구의 도움으로 또 다시 취직한 곳이 천재 입시 학원. 설마하니 그 건물에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남자가 둥지를 틀고 있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0년을 동거 동락한 피부 묘기증으로 찾아간 피부과에서 만난 의사.

“병원에 뭐 하러 왔느냐고 물으시니 저야말로 좀 난감하네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그건 선생님이 학교에 온 학생더러 뭐 하러 학교 왔느냐고 묻는 것과 조금……아주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기적인 인생의 그, 이기주(34)

드라마 남자 주인공과 같은 이름이지만, 친구들은 말한다. 이기주의자라는 뜻의 이기주라고. 피나는 노력으로 전문의가 되자마자 개원, 잘나가는 피부과 원장. 한 몸매, 한 얼굴, 한 이기(利己)까지 하는 기주지만, 그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안면인식장애 증세를 보인다는 것. 자신과 잔 여자까지 기억 못하는 그는 나름대로 이유 있는 플레이보이.

“잘 알겠지만……나 성격 좋다는 말은 태어나 들어본 적이 없는 남자야. 다혈질에 이기적이지. 내 인생 살기에도 벅찬데, 남의 사정 들어주고 이해해 줄만큼 속 좋은 놈이 아니라고.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데다 의사 되겠다고 의대를 다니면서는 더 성격이 나빠졌어. 솔직히 길고 고된 의사과정을 밟으면, 좋던 성격도 나빠지기 십상이야. 그러니 원래 성격 나쁜 내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 말하자면 난 그런 내 성격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성격 나쁜 것을 자랑할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 미안해할 일이라거나 부끄러워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단, 최소한의 지킬 것만 지키며 산다면 말이야.”

사랑이 두려운 남자, 원대한(29)

크게 꿈꾸고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어주셨다는 한글 이름, 원대한. 그러나 대한은 의자왕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크게 꿈꾸고 있다. 큰 사람은 모르겠지만, 큰 플레이보이가 될 자신은 있는 꿈도 야무진 남자. 하지만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흔들리는 알고 보면 사랑이 두려운 남자.

“……너도 조금만 더 인생을 살아보면 깨닫게 될 거다. 인간관계에서는 지켜야 하는 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물론 그 선을 지키고 말고는 본인이 선택하는 거다. 하지만 명심해 둬.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경험으로 정해진 선을 지키지 않은 사랑에는, 선을 지키는 사랑보다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는 걸. 네가 그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선택하겠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단지……네가 선택한 상대가 나라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어. 과거의 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선을 넘을 마음이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