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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차도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외로움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괴물이 되어야 했다. 소중한 존재와 권력 앞에서 최선의 선택이 그에겐 최고의 형벌이 되어 버렸다.
“난 버린 게 아니야. 잃어버린 거지.”

그 여자 이서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흔적을 좇다 보니 어느새 원망이 미움이, 고통이 자리했다.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무슨 모습으로 그렸어?”

4년이 지난 초겨울에 들어서는 어느 날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재회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다가서는 남자. 사랑의 고통을 이미 겪었기에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
시린 겨울의 크리스마스이브날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소중한 여자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내가 왜 이렇게 네 앞에 나타난지 알아?”
“…….”
“난 너랑 다시 시작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엔 그녀와 함께여야 했다.
“뭐라고?”
“죽어라 도망가 봐.”
“이거 놔!”
“난 죽어라 널 쫓을 테니.”
“차도건 씨.”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서진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차도건이라는 이름. 얼마나 바라왔던가. 단지 그 부름이 분노와 경악을 담긴 음성이 아닌 따뜻한 바람이길 바란다면 욕심인 건가.
“그래. 차도건이야. 당신의 남자.”
“무슨 헛소리야?”
“그래. 백날 날 거부하고 도망갈 수 있는 만큼 도망가.”
“이봐요.”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놓을 수 있었다면 이미 예전에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그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의 완강한 거부를 꺾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네 모든 것을 가질 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가질 거다. 그녀의 뼈 마디마디조차 남김없이. 움켜쥐고 말 듯 도건은 무서운 집념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놔!”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 내 손에서 달아날 수 있다면 달아나 봐. 잡히면 절대 안 놔줄 테니.”
그는 서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다 집어삼킬 듯한 표정을 한 채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