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하트는 그날 죽는 줄 알았다. 태초 이래 지금껏 이만큼 에너지를 썼던 적이 있었던가? 되짚어 보았지만 절대 그런 적은 없었다, 였다.
바보 같기만 했던 녀석은 한 번 물고가 트이고 나자 지치고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행위를 멈추려하지 않았다.
핑크빛 하트도 질렸지만, 보미는 그날 그에게 완전히 넉다운 되었다.
‘짐승 같은 자식!’
부르르 몸을 떨며 진저리를 치는 핑크빛 하트.>
그는 기가 막히게 잘생긴 얼굴에 모델 뺨칠 정도의 키와 몸매를 갖춘 남자였다.
그야말로 외모만큼은, 핑크빛 하트가 태초 이래로 봐왔던 그 어떤 남자보다 잘난 남자임에 틀림없었다. 보아하니 학교도 이만하면 더 말할 나위 없었고 무엇보다 이만한 학교를 다니려면 틀림없이 재력이 든든한 집 자제여야 하니,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이 되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계속 살펴 나가던 핑크빛 하트는 그가 무척 감성이 메말라 있어 시리도록 차가운 무표정을 고수하는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자세히 내면을 들여다보니…… 얼굴에 들어나 있는 것보다 더 불쌍한 영혼이어서 하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래. 저 남자에겐 사랑의 상징인 내가 꼭 필요할 거야!>
핑크빛 하트는 그가 너무 가여워서 망설임도 없이 그의 가슴속으로 쏘옥 뛰어 들어갔다.
<어!…… 어어…….>
핑크빛 하트는 남자의 가슴속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몸이 그곳에 꼭 맞물리며 꽉 들어차는 것을 느끼곤 자신을 그의 영혼이 얼마나 애타게 원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탁월한 선택을 한 자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본문 중에서-

“생각해 봤어?”
“뭘요?”
“우리, 다시 시작하는 것.”
“아니. 우리가 왜 헤어졌는데, 다시 시작한다고 똑같은 상황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면서. 같은 불행 다시 겪고 싶지 않은데.”
“노력하고 있어.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야. 솔직히 결혼생활,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될 줄 알았어. 내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설마 모르진 않겠지, 하는 마음.”
“그걸 어떻게 내가 알았겠어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잠자리 테크닉으로?
아님 내가 황홀감에 빠질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희로? 당신은 무척 섬세하게 내 몸 구석구석을 물고 빨고 핥으면서 최선을 다해 애무해주고 날 만족시켜주려고 노력했었죠. 그 덕분에 매일 내 몸은 희열에 들떠서 만족하단 신음을 흘렸었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처럼 최선을 다했었나 봐요? 하긴 그거라도 없었음 우린 부부도 아니었을 테니까. 함께 하는 것이 도통 있었어야 말이지? 안 그래요?”
그녀가 회까닥 돌았나보다. 아니면 저렇게 적나라한 표현을 쓸 사람이 아닌데.
“그게 말이야.”
<핑크빛 하트는 그녀의 표현에 퐁퐁 뛰기 시작했다. 도운의 하체에선 한꺼번에 몰리는 혈액의 양만큼 크게, 크게 커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핑크빛 하트는 재빨리 그녀와 함께 뜨거운 밤을, 뜨거운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당신은 서재, 나는 주방 아니면 내 침실. 함께 있는 시간은 깊은 밤에 더욱 깊게 몸을 섞을 때뿐이었으니…… 흐흐…….”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그토록 침실에서 애가 닳도록 열중했던 그 애무, 자신의 사랑을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마음이었다니.
<피식. 그럼 그렇지. 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대었다. 핑크빛 하트는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에 가속력을 붙여주려고 노력했건만, 이제는 픽 사그러 들어가고 있는 도운이 원망스러웠다. 뭐야, 이건. 뜨거운 욕망을 풀려고 온 거 아니었어?>
“내가, 내가 너무 서툴러서 그랬어. 폭발할 것만 같은 이 사랑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계속 당신 주위에 맴돌았는데 당신 눈치는 불편해하는 것 같고…… 그래서 당신 마음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서재로 들어갔던 거야. 당신이 좋으니까 일찍 들어왔던 거지, 왜 그렇게 일찍 들어오고 싶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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