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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4월 봄 그와 처음 만남.
조직 폭력배 인가? 인신매매범인가?
그에게 납치되어 아무도 없는 섬에 그 남자와 단 둘이 지내게 되는데…….
숨 막히게 매력적인 납치범과의 단 둘만의 생활에 자꾸만 빠져 드는 설희.
연예인 보다 잘 생긴 당신 정체가 뭐야?

[내용 중에서]

“벗을까?”
“…….”
내 말에 그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나를 돌아보는데 그 웃는 얼굴이 상당히 무섭게 느껴진다. 그의 눈이 웃지 않아서일까? 그가 진심으로 웃을 땐 눈이 반달이 되는데, 오늘은 반달 모양이 아니다. 난 내가 왜 이리 겁이 많아진 건지 생각해 봤다. 원래 겁이 없는데. 아니, 그냥 모든 것이 귀찮았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무감각했었는데 유독 저놈의 웃는 얼굴이 꼭 하회탈을 쓰고 있는 것같이 느껴져서 그런 듯하다. 그의 얼굴은 매일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절대 웃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주 가끔 진심으로 웃을 때 그의 눈은 반달보다 조금 더 작은 초승달에 가까워진다.
“벗어.”
그의 말에 난 천천히 일어나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원피스를 벗었다.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은 채 이제 어떻게 할까 하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것도 벗어.”
“싫어.”
“내가 벗겨 줘?”
“아니.”
그는 나의 알몸을 봐도 나를 가지지 않는다. 벌써 몇 번이나 그랬었다. 그의 키스와 애무에 내가 완전히 녹아들어 그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을 때조차도 그는 나에게 요구한다.
'날 원한다고 말해.'라고. 하지만 난 끝까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훗, 둘 다 무슨 줄다리기라도 하듯 그는 말하라고 하고, 난 버틴다. 그리고 그는 결국 화를 내고 나간다. 그는 꼭 마지막 순간에 그걸 확인하려고 한다. 왜? 왜?
“벗어야 될 이유가 뭐야?”
“네 몸이 보고 싶어졌어.”
“매일 보잖아.”
“벗어.”
“그러지 뭐.”
그래, 벗는다고 그가 나를 덮치지도 않을 것이고 겁날 것이 뭐 있겠어? 매일 나의 몸을 보는 그가 내 몸을 보겠다는데 뭘 망설여?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눈을 바라보며 벗었다. 이제 남은 팬티를 벗기 위해 양손을 허리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천천히 끌어내리는데, 그때 그의 차가운 손이 나의 양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 난 소파로 밀려 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