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비밀 (secret)''''“오늘은 혼자 갈 수 있다니까.” '“안 돼.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데려다 줄 테니까 타.” '나는 싫다고 거절하면서도 지환의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의 입은 항상 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마음으로는 지환이 데려다 주길 바라면서. 낡은 차 스피커에서 울리는 치직거리는 소음을 못 들은 척 창문을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전기세 아끼자 어쩌고저쩌고하면서도 거리엔 여전히 쓸데없는 불빛이 많이 켜져 있다. 알록달록한 불빛들. 고가 다리 위를 지나가면서 아래에 비쳐지는 붉은 십자가는 무덤을 연상시킨다. 왜 모든 교회 십자가는 붉은색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아직도 치직거리며 흘러나오는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를 슬그머니 따라 부른다. '“늦은 시간인데도 오늘따라 차가 많이 막히네.” '난 앞차의 꽁무니를 쳐다보고, 지환은 잡음이 없는 라디오 채널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본다. '“어.” '나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지환이 나를 돌아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난 여전히 앞차의 꽁무니만 쳐다보며 차의 번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 우릴 앞지르며 과속을 하며 가던 그 차. 겨우 우리 앞에 이렇게 서 있으려고 그렇게 갔나 싶은 생각에 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바뀐 라디오에서는 조용한 팝송이 흘러나온다. 내가 평소 즐겨 듣던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이었다. Celine Dion이 부른 ‘My Heart will go on.’ '죽어야 놔 줄 수 있는 사랑. 이 부분을 따라 부를 때 마다 난 약간 섬뜩한 느낌을 느낀다. 죽은 사람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 그런 끔찍한 삶은 누구라도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음악은 감미롭고 애절해서 마음을 울리지만, 결코 좋은 노래가 아니라는 생각에 난 살며시 머리를 흔들었다. 노래가 거의 끝날 갈 때가 되어서야 꼼짝도 안 하던 차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막혔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난, 사고가 나서 운전석 앞쪽이 심하게 찌그러진 하얀색 소나타와 뒤쪽이 조금 찌그러진 검은색 그랜저가 갓길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전하던 녀석이 과속을 했는지, 앞차가 급정거를 해서 차가 그렇게 찌그러졌는지 모르지만, 운전한 사람은 최소 다리 하나는 뚝 부러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속력을 내는 지환의 고물차는 차가 달릴수록 덜덜거리는 소음이 심해진다. 그나마 들리던 노랫소리는 소음에 묻혀 더 이상 내 귀엔 들리지 않는다. 다시 어두운 밤거리로 눈을 돌려 가로수를 쳐다보며 길거리 24시 편의점이 보이자 난,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탓하며 목이 타는 것 같은 갈증을 해결하고 가고 싶어졌다. '“차 세워.” '“뭐?” '“차 세우라고!” '지환이 놀란 듯 다시 묻자 나는 짜증이나 소리를 꽥 질렀다. '“어, 잠깐만.” '지환은 비상 깜빡이를 켜며 갓길에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리자 바로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고, 난 음료가 가지런히 정리된 냉장고를 열고 x%라는 음료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그나마 갈증이 가신다. 갈증이 해소되자 뒤돌아선 나의 눈과 마주친 점원, 계산도 하지 않고 음료 마셔버린 나의 행동을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뒤따라 들어온 지환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거라고 예상을 했는지 배시시 웃으며 카운터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갑을 꺼내며 계산대 옆에 놓인 껌과 함께 계산하는 모습이 보인다. 난, 당연한 듯 그 모습을 보며 다 마신 음료 통을 분리수거라고 적힌 곳에 던져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