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 동네에서 같이 자라난 재원과 연수. 아이들도 얼마 없는 그곳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인 재원과 연수는 누가 무어라 하지 않아도 강력한 연결고리를 가진 것처럼 각별한 우정만큼이나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 날, 재원이 입시로 인해 서울로 올라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연락은 끊기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 지내다가 10년 만의 재회. 연수가 일하는 호텔 오너의 딸 약혼자로 나타난 재원. 엇갈린 재회를 맞이하고 갈등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본문 중에서-
“아, 죄송합니다. 얼른 새 걸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떨어진 포크와 나이프를 주우려고 하는데 동시에 연수의 손 위로 다른 손이 하나 겹친다. 아마 연수가 떨어뜨린 식기의 주인일 거다.
“괜찮습니다, 제가…….”
연수는 가끔…… 아니, 아주 많이 재원과의 재회 장면을 상상해 보곤 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우연히 차를 마시다가, 우연히 부딪히다가.
“……!”
연신 고개를 조아리던 연수의 시선이 그에게로 닿았다. 그의 시선도 함께 연수에게로 닿았지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내 멀어진다.
“이 자리에서 실수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교육도 제대로 안 된 애를 홀에 보내?”
화려하다고 소문 난 만큼이나 성미 또한 화려한 회장 딸이다. 당장 다그칠 태세를 보이자 이내 그가 그녀를 말리고 든다.
“됐어. 내가 잘못 스친 거야.”
“이봐, 재원 씨한테 감사한 줄 알아. 아니면 당장 잘랐어.”
잘못 본 게 아니구나. 너의 이름이 정확히 내 귀를 관통한다. 나는 바보처럼 멍하니 네 옆에 서있다. 시간이 잠시 멈춰진 듯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아 나의 시선을 그대로 무시한 너를 보고 서있다.
“뭐해? 얼른 새 걸로 안 가져와?”
“네? 아, 죄송합니다.”
그녀의 칼날 같은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몇 시간이나 멈춰있었을 거다. 심장이 미친 듯 요동을 친다. 네가 맞니? 정말 네가 맞는 거니, 재원아.
“연수 씨 어디 아파? 안색도 많이 어두운데.”
“네? 아, 아뇨.”
“답지 않게 실수를 하고. 게다가 테이블A에서 말이야. 이리 줘, 내가 가져갈게.”
정 선배가 나의 손에서 새 식기를 빼간다. 그대로 정 선배의 동선을 따라간다. 네가 있다, 윤재원.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네가 다른 여자의 약혼자가 되어 앉아있다. 나는 가만히 얼어버린다. 떨리던 마음만큼이나 손도 함께 떨린다. 너는…… 그래, 너는…… 나를 모른 체 하며 시선을 거두던 너는…… 내가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니.
라임별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부지런히 한 별, 한 별 밤하늘에 총총히 소소한 일상을 수놓고 싶은.
-출간작-
[어느새,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너와 내가 사랑을 한다는 일] [손끝의 마호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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