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현 (26세)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졸업. (사실은 아버지의 기부금으로 들어갔음)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집에서 쫓겨남. 아버지, 채이사의 백으로 지건그룹에 들어감. 지현우 사장의 비서로 들어감.

지현우 (30세) - 라스베가스에서 우연히 소현을 본 관계로 그녀에게 다소 흥미를 느끼나 그것으로 끝을 냄. 사리분별 능하고 회사의 경영자로서 지략에 뛰어남. 소현의 아버지 채정환과 앙숙임.

채정환 (60세) - 소현의 아버지. 지건그룹의 창립멤버로서 현우에게 지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 사실은 자신이 직접 지건그룹을 경영하기를 바랐지만 명예회장인 현우의 아버지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한 터로 현우를 회사엣 밀어내려고 함. 딸, 소현을 통해서 현우를 도려내려고 계획중.

채미현 (28세) - 소현의 친언니. 남궁민과 결혼해서 아들을 하나 둠. 소현이가 억지로 미국으로 쫓겨났을 때 도와주지를 못한 것으로 죄책감을 느낌. 남편과 사이가 안좋음.

윤보선 (42세) - 소현과 미현의 계모. 일부러 정환의 아들을 낳아 본부인을 내쫓임. 소현과 미현 자매와 사이가 안좋은데다가 자기 욕심이 많음.

<본문 중에서>

<집에 있는데, 갑자기 제 딸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군요.>
그러면서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제 딸과 사귀신다고요.>
그 말에 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드디어 문제가 발생한 거였다. 처음, 소현을 상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 그래서 그가 이를 악 문채 대답했다.
“바로 어제 약혼했습니다.”
그 말에 채 이사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그것을 보고 현우는 아직까지 소현이 아버지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구나 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조용히 물었다.
“자세한 말씀은 갔다 와서 하겠습니다. 곧 비행기가 이륙할 시간이라서요.”
그는 공항에서 최 부장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선은 한산했고, 더욱이 울산은 관광명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곳을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쉽게 최 부장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가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든 채, 다른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대각선 맞은편에 있던 부장이 얼른 그를 알아보고서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제가 용납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현우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을 보고 인사를 하는 최 부장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현우가 조용히 되물었다.
“따님이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채 이사가 말했다.
<자식이 부모 말 안 들어서 좋을 게 뭐랍니까.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말아야지요.>
현우가 질끈 눈을 감았다. 역시 채 이사를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젠장. 회사에서는 쉬웠는데. 그는 곧 있을 채 이사의 사퇴에 대한 임원진의 투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승리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
“바라시는 게 뭡니까.”
최 부장이 듣지 못하도록 몸을 돌려 더욱 낮게 물었다. 휴대폰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채 이사가 말했다.
<저를 다시 복직시켜 주십시오.>
역시. 현우가 속으로 낭패를 느끼며 이를 꽉 다물었다. 아직까지 채 이사는 자신의 권력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그건 제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입니다. 이사님께서는 이미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저로서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사장님께서 조금만 눈치를 주면 이사회에서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밀려났는데, 그런 자의 딸과 결혼하는 데 아무런 잡음이 안 들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한동안 현우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건 채 이사의 말이 맞았다. 장인을 자신의 손으로 해고시키고 나서 그의 딸과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세인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될 터였다.
‘게다가 소현이도 불행할 테고.’
현우는 그 점을 생각하자 가슴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직, 회사의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는 그녀에게 앞으로의 일을 죄다 말하기가 겁이 났다.
<우리 소현이도 자기 아버지를 핍박한 자와 결혼하기를 원치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