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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이해했냐?”
“응? 으응.”
“확실해?”
“전부 다 이해했어.”
이해하긴. 넋이 나간 얼굴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은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말이다.”
먹은 물은 고작 작은 한 모금. 나머지는 먹기 전 맹렬히 혀를 찾아 사납게 날뛴 모달 때문에 전부 입 밖으로 흘렀다.
“생각보다 더 빠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모달이 은록의 입가 옆으로 흘러내린 물방울 위에 입술을 댔다.
“너란 주인에게 말이야.”
붉은 혀가 길게 빠져나와 피부를 쭈욱 훑었다. 은록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창피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떨궜다. 어둠 속에서 보고 있는 일행들의 시선이 느껴져 그랬고 어디로도 숨을 곳이 없어 그랬다.
모달이 그 고개를 손으로 살짝 들더니 다시 한 번 갈증 난다 말했다. 그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모달의 붉고 끈적한, 뜨거운 혀뿐이다. 그가 다시 입을 맞춰 왔을 때 은록은 방금 전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