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이게 정전기라고?”
“그, 그럼 정전기가 아님 뭐라고?”
“흠흠, 한겨울도 아닌데……. 정전기가 이나 봐요. 그럼 전 이만.”
드물게 그녀가 말까지 더듬자 그는 성큼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역시 다시 한번 짜릿한 감각이 흘렀다. 그녀가 손을 빼내려하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 쪽으로 확 잡아 당겼다.
바람 같은 시원한 향이 그의 전신으로 흘러드는 듯한 느낌에 그는 그녀를 꼭 안고 입술을 찾았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혀끝에 닿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놀란 듯 뻣뻣해진 그녀의 등줄기를 달래듯 부드럽게 쓸며 동시에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매끄러운 감촉의 입술에 온 정신을 빼앗겨서 핥고 빠는 일에 혼신을 다하던 그의 입술에 순간 날카로운 아픔이 파고들었다. 그 통증에 놀라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빠른 속도로 떼어낸 현준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리곤 그녀를 안은 자신의 팔을 풀고 한 손으로 입술을 쓰윽 닦아내었다. 누구의 타액인지 알 수 없는 타액과 함께 붉은 핏물이 함께 닦여 나왔다. ‘역시 무리였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성급함에 내심 고개를 저었다.
품속으로 빨려 들 듯 당겨져 온 그녀의 몰캉한 가슴이 자신의 가슴을 눌러 오는 순간 왈칵 밀려드는 욕망에 들뜬 자신이 마치 사진 한 장으로도 흥분해 버리는 서투른 10대 소년 같았다.
화가 잔뜩 난 듯 더욱 차가워진 그녀의 눈빛이 시린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걸 바라보며 제발 자신의 섣부른 도발에 그녀가 지금보다 더 마음을 닫아걸게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랬다. 연수가 냉기를 가득 품은 어조로 말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 딱딱 끊어내듯 말하는 어조가 절로 등줄기를 타고 내려 부르르 떨게 만드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군요. 박현준 전무님! 역시 세기의 카사노바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별명이 공짜로 생긴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상대를 잘 못 찾으신 것 같습니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그녀가 살짝 목례를 하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걸 막았다. 이렇게 끝내자고? 그건 아니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면 나보고 어쩌란 거야? 변명은 듣고 가야 될 것 아니겠어?
“잠깐!”
“왜요?”
“잘못하긴 했으니 변명을 듣던 사과를 듣던 하고 가도 가야 하지 않겠어?”
“됐습니다. 빤한 변명, 빤한 사과 별로 듣고 싶지 않습니다.”
“빤한 변명이라. 일단 들어나 보지 그래?”
연수는 이내 장난스러워 지는 현준의 눈빛에 당혹감을 느꼈다. 처음 그가 입술을 부딪혀 왔을 때 처음엔 몹시 놀라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능수능란한 그의 혀 놀림에 일순 자신의 심장이 빨라지려는 걸 느낀 상태라 얼른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건만 자신의 손목을 힘껏 움켜지고 있는 그가 몹시 거북스러운 참인데 저 반짝이는 눈동자라니!
“당신 입술이 너무 매력적으로 생긴 것이 잘못인거야. 나야 아름다운 꽃을 보고 날라든 나비 아니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