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여은은 더 부끄러워할 기운도, 화를 낼 여력도 없는지 한숨 섞인 말투로 물어왔다.
“너랑 뽀뽀 말고 다른 것도 하고 싶어졌어.”
“뭐, 뭐라고?”
여은은 진심으로 놀랐는지 무려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무엇을 떠올린 것인지 깨달은 성완은 뒤늦게 손사래를 쳤다.
“오해하진 말고. 더한 거 말고 다른 거. 아까처럼 게임이랄지, 영화를 본다든지 말이야.”
여은은 그제야 자신이 보인 과잉 반응을 깨닫고 멋쩍어 하며 입을 가린 손을 밑으로 떨궜다. 하지만 이내 밀려오는 수줍음으로 인해 성완의 시선을 회피해 버렸다.
“너랑 데이트 하고 싶다고.”
여은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마른침을 크게 삼켰다. 바로 옆에서 귀를 가져다 대면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런 말 한 거 내가 처음이지?”
“차성완 너 진짜 나한테 죽고 싶어?”
“왜 그렇게 협박조로 말하는 것도 웃겨 죽겠냐.”
성완은 금방이라도 웃음이 거하게 터질 것 같은지 입술을 안으로 오므리며 말했다.
“귀여워.”
여은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듯 휘청거려 넘어질 뻔했지만 성완이 잽싸게 그녀의 손을 낚아 챈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진짜 부끄럽나 보네. 계속 놀리고 싶게 말이야.”
“자꾸 이상한 소리 하면 나 간다. 내가 너랑 두 번 다시 놀아주나 봐라.”
여은은 호기롭게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이미 녹아내리기 시작한 두 다리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성완의 손에 팔이 붙들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랑 뽀뽀 말고 다른 것도 하자니까.”
“제발 그 놈의 뽀뽀 소리 좀 그만하라고.”
“알겠어, 알겠어. 그러니까 나랑 데이트 해.”
여은은 그제야 열을 삭히고 성완의 두 눈을 제대로 들여다봤다. 카페에서 마주친 이후로 내내 장난기가 어려 있던 그의 두 눈에는 이제 어렴풋이 진지한 기색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생각 좀 해볼게.”
순간 성완의 표정이 살짝 굳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풀어지며 환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좋으면서 튕기기는.”
여은도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주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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