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윈덤 공작의 고함소리가 동굴 같은 윈덤 매너의 홀을 울리며, 온 집안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하인 두 명은 혼비백산해서 맞은편 문을 열고 돌진해 들어오다가 쿵 하고 부딪히며 나동그라졌고, 지하의 부엌에서는 기겁을 한 요리사가 쟁반을 하늘로 집어던지는 바람에 막 구운 과자들이 머리 위로 비 오듯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거실에서 일하는 하녀들 중 하나는 값도 매길 수 없이 귀한 명나라 꽃병을 적갈색 대좌 위에서 떨어뜨렸고, 공작을 위해 일해온 가장 늙은 하녀인 브리짓은 마치 무덤에서 일어난 밴쉬(집에 죽을 사람이 있음을 통곡으로 예고해준다는 요정)의 통곡소리를 들은 양 큰 십자 성호를 그었다.
여태껏 어느 누구도 이렇게 흥분한 주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차가운 중얼거림이나 우렁찬 목소리만으로도 하인들은 기겁을 했다.
반은 뛰고 반은 발부리가 걸려 비틀대면서, 하인들이 거대한 저택 구석구석에서 허둥지둥 뛰어 들어와 대리석 타일이 깔린 현관의 큰방에 모여들었다. 모두들 방에서 들려온 무지막지한 고함소리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 불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뻣뻣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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