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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증타파를 위한, 진도 느린 안티진지발랄로맨스.

김윤호 : 사랑에 서투를 수밖에 없는 모든 남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그대로 하는 남자. 보기보다 더 아이 같은 남자.
이현아 :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심각하게 사색해야하는 여자. 보기보다 더 어른스러운 여자.

현아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쭉 내밀고 당당하게 후라이팬을 기울였다. 얼핏 보기에도 완벽해 보이는 계란 후라이가 식탁에 놓인 접시에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그 모습은 달에 첫 발을 딛는 암스트롱의 감동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도 보통 계란 후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섭섭하다. 계란을 정성껏 골라 적당량의 기름을 두른 후, 매우 디테일한 불 조절이 필요하다던 그 이름 하여 ‘써니 사이드 업’, 지금 현아가 접시에 내려놓은 계란 후라이의 이름은 바로 그것이었다. 탐스럽게 기름이 좔좔 흐르는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탱글탱글한 노른자, 탄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잘 보이지 않는 깔끔하고 투명한,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흰자, 척 보기에도 침이 꿀꺽 넘어 갈만큼 탐나는 계란 후라이에는 태양이 바다에서 갓 솟아오를 때의 눈부심과 장엄함이 느껴졌다.
냉돌의 손이 천천히 식탁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마치 홍콩영화의 슬로우 비디오처럼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펴보였다. 현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해냈어요오.”
현아는 달려가서 냉돌의 무릎 위에 냉큼 올라앉으며 그의 어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장합니다!”
냉돌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감동에 몸을 떨었다. 수많은 계란군들의 희생 끝에 이뤄낸 쾌거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다더니, 비명에 간 수많은 계란군들의 희생은 이리도 완벽한 계란 후라이의 전주곡이었던 것인가.
“뭐, 하는 거예요?”
냉돌의 손의 야릇한 움직임을 눈치 챈 현아가 그를 흘겨보았다.
“네?”
냉돌은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이 순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입술 사이의 거리는 5cm도 되지 않는다. 냉돌은 다가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다가갈까? 그래도 되나?
“지금 이런 완벽한 예술작품을 앞에 두고 이럴 기분이 나요?”
윤호는, 한숨을 쉬고 손을 위험지대에서 뺐다. 언제는 못 잡아먹혀 안달이더니 이제는 안 잡아먹히려고 안달이다.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 세상에 믿을 여자 하나 없다.
그는 자신의 무릎에서 냉큼 내려와 춤을 추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딱 한마디 했다.
“한결같은 건 좋은 겁니다.”
그리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다음 젓가락을 들어 전작인 ‘완벽할 뻔한 후라이’의 뒤를 이은 ‘완벽한 후라이’ 에 젓가락을 가져다댔다.
“잠깐!”
윤호의 젓가락이 멈칫했다.
“사진 찍어야죠.”
식탁에 머리를 대고 사진기를 든 현아는, 눈빛으로 냉돌에게 자신과 같은 자세를 취할 것을 강요했다.
“접시를, 들고 찍으면 안 됩니까?”
“안돼요. 어서 이리 와요.”
윤호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식탁에 머리를 가져다 댔다. 창피하다. 윤호의 기분이 어떤지 아랑곳 않는 현아는 크게 외쳤다.
“치이즈!”

그리하여, 냉돌과 현아, 그리고 ‘완벽한 계란 후라이’는 행복했다.

이렇게 되기 위한 여정. 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