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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취직 좀 시켜 주세요!”
인생 쫄딱 망한 지랄 같은 날, 한 줄기 서광처럼 유림 최고의 비빌 언덕이 내려지다.
“누가 집 앞에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린 거야!”
어쩐지, 그 비빌 언덕 세륜이 쪼잔하고, 스몰마인드하며, 싸가지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최고로 골치 아픈 여자와
최고로 골치 아프기 싫어하는 남자의 좌충우돌 동거기!
“만약 내가 그 트렁크에 들어가고 싶다면, 난 어떻게 되는 거냐?”
“아마, 트렁크에 끼겠죠?”

“뭐, 뭐하는 짓입니까?”
“보면 모르냐? 놓친 키스 받아내려는 거다.”
귀신같은 몰골로 저 남자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건지 모르겠다. 그게 지금 말이나 됩니까!
“다, 당장 놓으시지요?”
“지금부터 키스타임이니까, 눈 좀 말똥말똥하게 뜨지 말지?”
“미안하지만 그쪽이야말로 얼른 저쪽으로 사라져 주시지요?”
“용감한 여자는 내 타입이 아니었는데, 취향도 자꾸만 바뀌나 봐.”
“예전 취향, 그대로 유지해주시면 안 될까요? 전 이런 상황, 심히 불쾌하거든요?”
후훗.
지금 웃은 게 저 남자 맞지? 사람을 추행하면서 감히 웃어?
열받아서 뒤통수를 쳐버리려고 손을 드는 찰나, 무지막지한 힘으로 손목이 붙들린 채 침대 위로 눌려졌다. 손이 하나 뿐인 줄 아냐? 안 되면 이 손으로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쪽마저도 간단히 제압되었다. 무슨 백수 시나리오 작가가 완력이 이렇게 세?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놓으시지요?”
“부드럽게 말할 때 힘 빼. 아니면 입술을 물어버릴 테니까.”

이정숙

릴케라는 필명으로 활동
jejerame@hanmail.net
<파초><사신><난엽><맛있는키스><불치병><정글><선비와애기마님><내사랑못난희>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