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는
‘윤공현’을 보호하라.
촉이 좋고,
감이 좋은
‘설이준’의 고군분투가 펼쳐지는데....
[미리보기]
“잠시만요.”
이준은 싱긋 웃으며 501호 앞에 섰다. 벨을 눌렸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소환은 한두 번 당한 문전박대가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전화를 하면서 쉴 틈 없이 벨을 눌렀다. 벨소리가 1분 넘게 이어진 후에야 현관문이 신경질적으로 벌컥 열렸다.
“귀 안 먹었어.”
“그래, 안 먹었지. 느릴 뿐이지.”
이준은 살벌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려고 목을 쭉 뺐다. 그러나 문에 가려서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깜찍한 사촌 동생이라고 했는데? 그러기엔 들리는 목소리가 깊고 낮은 저음이었다. 목소리만 변성기가 온 걸까.
“무슨 일이야?”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서.”
소환은 손을 뻗어 이준을 끌어당겼다. 엉겁결에 딸려간 이준은 자신의 코앞에 자리한 가슴을 보았다. 173에 달하는 자신이 남자의 가슴을 마주하는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분명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깜찍한 사촌 동생이라고 그랬는데, 자이언트가 따로 없다. 얼추 눈짐작으로 185가 훌쩍 넘을 것 같은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준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날카로운 눈매에, 서늘한 눈동자, 짙은 눈썹과,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훌륭한 외모보다 더 놀라운 것은 아는 얼굴이라는 것이었다. 이준의 입술이 한 박자 늦게 떡 벌어졌다. 남자도 알아본 건지 얼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너 뭐야?”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준이 당황한 와중에도 꼬박꼬박 대답했다.
“눈 치워.”
남자가 여자 입술 못지않게 붉은 입술로 까칠하게 말했다. 기가 막히게 놀라운 상황에 처한 이준은 다급하게 소환을 붙들었다.
“설마,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동생분이…….”
“네. 윤공현이라고, 제 사촌 동생이에요.”
소환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자이언트도 한 손으로 후려잡을 것 같은 이 남자가 사랑스러워? 싸가지와 예의범절을 도려낸 것 같은 이 남자가 귀여워?
이준은 심각한 얼굴로 소환을 쳐다보았다.
“안구질환이 의심됩니다. 혹은 뇌의 정보 처리 기관의 치명적인 오류가…….”
“사랑스럽잖아요.”
“대체 어디가…….”
도저히 눈 씻고 찾아봐도 모르겠으니 설명해 달라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제 눈엔 사랑스러운 동생이에요.”
걱정 말라는 듯 소환이 웃으며 말했다.
“하…….”
이준은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하다. 이 검사양반, 눈 혹은 뇌 쪽에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사람을 우리나라 법조계에 둬도 되나 의심스럽다. 법원에 신고라도 해야하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공현은 얼굴을 찌푸리다가 턱짓으로 이준을 가리켰다.
“이건 뭔데?”
“네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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