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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과의 졸업을 한학기 앞둔 신미남은 졸업을 위해 외딴 섬, 반월도의 발굴에 참여하게 된다. 반월도 유적지는 공동묘지로 불리고 있으며 용신제로도 유명해 용신의 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심상치 않은 섬의 분위기 속에서 그는 발굴단의 학생들과 껄끄러움을 느끼고 2주전 자신과 밤을 보낸 한수경이라는 여자까지 만나게 된다.

이상한 섬사람들.
섬 주변에 자리한 괴이한 뼈무덤.
그리고 묘하게 의문점이 많은 고분유적들과 섬의 상징이라는 이상한 소마귀상.

한 사람이 실종과 더불어 그곳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들이 이어지는데.

** 본문 중에서

“다, 당신들 누구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달빛을 등지고 선 사람들의 얼굴은 역광이라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허나 으스스했고 뭔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다. 후드인지 모자를 뒤집어쓴 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지독하게 부자연스러웠고 다들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니, 하회탈처럼 과장된 웃음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뒤틀려져 웃고 있다.
한참 만에 노려보다 그것이 정말 하얀 가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웃는 탈. 그것도 기괴하게 뒤틀린 웃음을 짓는 하얀 탈이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등 뒤로도 웃는 탈이 보였다. 그들은 어느새 날 에워싸고 있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마치, 꿈같았다. 손에 단단히 쥔 늑골을 무기처럼 마구 휘둘러대며 뻗어오는 그들의 손과 발, 몸을 마구 공격하고 발로 차댔다. 여러 개로 증식한 손이 내 팔과 다리를 잡으려 애썼다. 또 어떤 손은 내 후드 모자를 잡아챘다. 그 반동으로 내 몸이 휘청 뒤로 쓰러졌다.
빌어먹을. 내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내 등을 위에서 짓눌러 오며 누군가 짓밟고 있다. 한쪽 뺨에 짓이겨지는 흙과 돌의 감촉이 차갑고 거칠었다. 설상가상으로 누군가 그의 뒷목을 손으로 휘감아 목을 졸라왔다. 손과 팔을 마구 파닥이며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셌다.
숨이 막혔다. 눈이 뱅뱅 돌아갔다. 산소가 부족했다. 머리가 어지럽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하얀 탈을 쓰며 마구 비웃는 것 같았다. 좁아진 시야 너머로 그 바닥에 빛나는 하얀 뼈들의 무덤이 보였다. 미친 달빛 아래 비치는 모든 것들이 하얀 탈과 하얀 뼈에 휩싸여 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봉분처럼 둥그렇게 솟아오른 뼈 무더기 위에 얹혀진 하얀 해골.
그것이 웃고 있는 모습으로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