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아니면 나는 갈 데가 없어요. 그러니 여기서 버텨낼 것입니다.”
새장 속의 새.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진 혼인.
그녀의 머리에 매화잠이 꽂히는 순간 삶을 다시 시작할 기회가 되었다.
“나도 감정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녀의 하나뿐인 가군은 다른 사람에게는 자비롭고 관대한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누구보다도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난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은은한 매화향처럼 서로를 담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제 본심을 깨달은 사내가 여인을 향하는 순간, 여인은 머리에 꽂혀있던 매화잠을 그에게 내밀었다.
“당신과의 혼인 후회합니다.”
-본문 중에서-
출전의 전날,
무사히 돌아오라는 인사를 받은 세운이 마무리 인사를 한 가예의 방에 앉아 있었다.
그가 있는지도 모른 채 가예는 침상에 깊게 잠들어 있었다. 하얀 자리옷을 입은 채 얌전히 자는 모습이 그녀다웠다. 손을 들어 새하얀 뺨을 어루만졌다.
따뜻하다. 그리고 보드라웠다.
하얀 피부에 대조되는 붉은 입술을 보고 있던 세운이 그것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짧은 입맞춤. 도둑처럼 들어와 흔적도 없이 멋대로 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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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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