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열강이 식민지 쟁탈전을 펼치고 있던 1800년대. 그 약육강식의 원칙에서 벗어난 곳이 있었으니, 쌍둥이 같은 나라인 여인국과 남인국이었다. 그 여인국에서 붉은 별이 뜨던 날 네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두 아이는 사내 아이였고, 다른 두 아이는 계집 아이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여인국에는 붉은 별이 뜨는 날에 여인국과 남인국을 지배할 인물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한 여인국의 붉은 별의 전설과 함께 네 아이는 혼돈의 운명을 걷게 되는데…….

여인국의 윤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버린 아이.
마음이 따뜻하고 용감한 성격.
여인국에서 맡은 소임은 늘 엉망이라 혼이 나기 일쑤.
그녀는 소임을 못한 벌을 받아 배필 경합을 일 년 앞두고
여인국에서 쫓겨나 얼떨결에 남인국으로 오게 된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윤이라는 사내와 그의 벗 휘를 만나고,
두 사내와 사랑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남인국의 윤
남인국 재상 신철연의 외아들.
남인국 최고의 검객으로 별명은 왕보다 뛰어난 사내.
단연 최고의 배필 후보로 손꼽히는 사내이다.
여인에는 관심도 없던 냉혈의 그가
겁 없는 토끼 여인 윤을 만나서
처음으로 가슴 떨림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는 휘만 바라보고 있는데…….

남인국의 휘
남인국 거상 차객주의 아들.
착한 도령. 묘책 주머니라는 별명처럼 착하고 지혜로운 사내.
신 윤과 절친한 벗으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가 여인국으로 보낸 서신이
윤이 받게 되면서 윤과 인연이 닿게 되고.
자신과 달리 용감한 윤을 연모하게 되지만,
윤은 다른 윤을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여인국의 화란
여인국 가호장 수장인 성란의 딸.
모든 소임에 뛰어나 최고의 배필로 손꼽히는 여인.
할머니의 신탁으로 인해 어린시절부터 윤을 괴롭혔고,
눈에 가시인 윤이 배필도 받지 못한 채
여인국에서 쫓겨나게 한다.
그녀는 최고의 배필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 믿지만,
또 다시 윤이 그녀의 계획을 가로 막게 된다.

-본문 중에서-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면 됩니다. 저를 유리처럼 소중하게 다뤄주고 싶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 말은 학식 경합에서 자신이 했던 말과 같았다.
“너, 설마.”
“이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시니, 참 누가 누구를 보고 바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그녀가 휘를 연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늘 휘만을 보며 웃었고, 휘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말 나인 것이냐? 다른 사람이 아니고?”
“여기 다른 사람도 있습니까?”
그에게 안긴 그녀가 얼굴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다시 그녀를 꼭 안고 말했다.
“나도 너다. 처음부터 너를 연모하고 있었어. 하지만 너에게는 내가 아닐까 걱정했다.”
“처음에는 저를 미워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저를 싫어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다.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 그 방법을 몰랐다. 지금도 그 방법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가 다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꿇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
“윤, 네가 가르쳐 다오. 내가 너를 아프게 하지 않고, 연모할 수 있도록 네가 가르쳐 줘.”
잠에서 깬 휘는 사람의 말소리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 그 말소리는 신 윤의 것이었다. 그가 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설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아직도 그녀는 그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심장이 데인 것처럼 뜨거워졌다. 두 사람의 윤의 세계는 자신의 세계와 달랐다. 행복감에 젖은 그와 발그레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웃는 그녀 사이에 자신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휘는 그 세계에서 도망치듯 다시 별장 안으로 들어와 문에 기대고 앉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그 방법을 모릅니다. 하지만 윤을 믿겠습니다. 저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가 그녀를 꼭 안고 말하였다.
“끝까지 너를 지킬 것이다. 네가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의 배필이 될 수 없고, 결국은 그와 헤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은 아프게 될 것이다. 다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의 곁에 있었고, 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 그녀는 그걸로 충분했다.